최근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당국자들이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한·일 간 협력이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 안정과 공동 번영, 그리고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처음 방한한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 외교·국방장관과 2+2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역내 평화와 안보, 그리고 번영을 위해 미래지향적인 한·미·일 3국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우리 측 서욱 국방장관이 워싱턴에서 발표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양측은 한·미·일 3국 간 정보 공유, 정책 협의, 연합훈련, 인적 교류 등 안보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은 여러 요인 때문에 중단되거나 축소된 상황이 이어졌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재검토 추진 및 강제징용공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 간 안보협력이 대폭 축소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비행 등 군사적 갈등도 전개되었다. 또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노력이 경주되면서 종전 한·미·일 대잠연합훈련이나 미사일방어 관련 협력도 상당 부분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책결정자들이 한·일 혹은 한·미·일 안보협력 필요성에 대해 새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최근 변화된 정세에 비추어 보아 환영할 만한 현상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지도자가 비핵화 및 군사적 신뢰 구축을 약속했음에도 북한은 지난 1월 개최한 제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핵강국 위상을 재차 선언하였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원으로 대북제재에 동참하였던 중국은 최근 북한 핵능력 강화를 오히려 묵인하는 모습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서해는 물론 우리의 해양수송로로 이어지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활동도 대폭 늘리고 있다.
이 같은 동북아 안보 현실을 직시한다면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 동맹하에서의 한·미·일 안보협력 활성화를 지속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한·미·일 안보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방식이 유용하지 않을까 한다.
첫째, 한·미·일 3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상의 가치와 목표들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바탕한 개방적 무역질서, 항행의 자유 등 가치를 공유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 가치를 위협하는 잠재적 위협 대상이 과연 무엇인가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잠재적 위협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군사적 및 비군사적 대응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군사적으로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한·일 양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확장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공표한 한·미 동맹 발전에 관한 공동보고서에서 제안했듯이 미국 전략사령부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잠재적 위협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비군사적 협력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참가하는 동북아 지역 다자 간 안보협의체 등을 통해 상호 신뢰 구축을 도모하는 방안도 폭넓게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악화된 한·일 간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도 찾아야 한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이번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는 자리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