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16기가 모델 끼워팔기 이통사 울며겨자먹기 보조금
단말기 유통법을 무력하게 만든 ‘아이폰6’ 대란의 뒤에는 애플 갑질이 있었다. 인기 모델에 안 팔리는 모델을 끼워 파는 애플의 상술이 대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사와의 아이폰 공급 계약에서 비인기 모델에 대해 ‘미니멈 게런티’, 즉 일정 수량 의무 판매를 요구했다. 이통사가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아이폰6 64기가 모델을 받기 위해서는 잘 안팔리는 아이폰6 16기가 모델도 의무적으로 구매토록 한 것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제조사가 다수이기 때문에 통신사와 이통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이 이뤄지곤 하지만, 애플이 독점하고 있는 iOS기기, 즉 아이폰의 경우 갑의 횡포에 댜항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아이폰6 대란’에는 이같은 애플의 횡포가 자리잡고 있다. 아이폰은 상대적으로 고객 충성도가 높고, 또 1년에 한 번만 신제품이 나온다. 이때문에 출시 초기 수요가 몰리는 특징을 보인다. 결국 이통사들은 초기 물량 확보를 위해 안팔릴 줄 알면서도 16기가 모델을 받아와 대거 창고에 쌓아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이폰6 16기가 모델에 ‘판매촉진금’을 평상시보다 많은 60만원에서 80만원 가량 뿌렸고, 이것이 결국 ‘아이폰6 대란’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과 협상 단계에서 신규 통신사까지 가세하면서, 통신사의 협상력은 과거보다도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예약판매 단계에서 수요가 부진했던 ‘아이폰6 16기가’ 모델에 대해 시장 판단을 잘못해 대거 구입한 것이 아니라, 애플의 떠넘기기 정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드린 결과라는 의미다.
애플의 횡포는 앞서 유럽연합(EU)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작년 5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애플의 독점 횡포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EC는 애플이 유럽 내 통신사들에게 일정 수량 이상의 아이폰 구매를 강요하지 않았는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보다 유리한 판매조건을 제시하도록 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최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