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변제 후 2년 지난 상각채권

주채무자 70%, 연대보증 90%

“재기 돕는 차원…심사 엄격해”

코로나19로 도덕적해이 우려↑

신보, 빚 못갚은 기업 2년만 지나면 최대 90% 원금감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신용보증기금이 빚을 못갚은 기업에게 2년만 지나도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해주도록 내규를 개정해 시행 중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채무자의 원활한 재기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는 지난해 12월 내규인 ‘채무조정요령’을 개정해 기업의 모든 채무가 특수채권(상각채권)인 경우 대위변제 후 2년이 경과했다면 채무관계인의 신청을 받아 원금을 감면해 줄 수 있도록 했다. 주채무자는 원금의 최대 70%까지, 기업 경영에 직접 책임이 없는 연대보증인은 최대 90%까지 감면된다.

신보는 중소기업들의 금융기관 대출에 보증을 제공한다. 부실이 나면 대위변제를 해주고 구상권을 행사한다. 구상채권의 연체가 지속되면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재무상태표에서 제거하는 상각처리 하게 되는데 이를 상각채권이라 한다.

신보는 당초 대위변제 후 5년이 지난 경우나 사회취약계층(기초·생계급여수급자, 장애인, 고령층, 미성년자, 한무모가족 등)에 대해서만 원금을 감면해줬다. 그런데 2019년 대위변제 후 3년만 지나도 원금 감면을 해줄 수 있도록 내규를 개정했다. 이어 지난해 추가로 대위변제 후 2년만 지나도 감면을 해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신보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취약계층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채무자 채무부담을 완화해 상환 의지를 높이고 재기 지원 저변을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빚을 갚을 가능성이 낮은 상각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비용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조2000여억원의 상각채권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수율은 1%에 그치며, 지난해 회수율은 1.01%로 최근 5년 중 최저 수준이다. 상각채권을 관리하는 데만 매년 수십억원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정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년만 안 갚고 버티면 원금대부분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보 측은 이에 대해 “상각 심사 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채무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