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 가입한 김 의장
기부 서약서서 정치 철학자 존 롤스 언급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 원칙’…부 나눌 때 가치 더욱 빛나”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더기빙플레지’ 기부서약서 중 일부)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적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기부서약을 했다.
최소 5억달러, 한화로 약 5500억원의 기부를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재산 기부에 대한 뜻을 굳힌 김 의장은 기부서약서에서 ‘정의론’을 주장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의 말을 인용했다.
18일 우아한형제들 측은 김 의장이 ‘더기빙플레지’로부터 기부서약자로 공식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김 의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에서는 219번째 기부자가 됐다. 김 의장의 기부서약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25번째, 아시아에서는 7번째 기빙플레지 서약자가 나온 국가가 됐다.
더기빙플레지 기부에 참여하려면 ‘재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소 5억달러, 한화로 약 5500억원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대표적 기부자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조지 루커스 영화 ‘스타워즈’ 감독,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있다.
아래는 김봉진 의장의 ‘더기빙플레지’ 기부 서약서 전문.
안녕하세요 김봉진, 설보미입니다.
우선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 그리고 앞선 218분의 기부선언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저와 같은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이어져야 하며 그 이야기를 잇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한나, 주아도 이 결정에 동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심지어 위 사진은 한나가 찍어준 사진입니다. 그리고 셋째 다니엘은 아직 두 살이라 설명이 불가능해 훗날 자라면 누나들과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 )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기부서약은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경험했고, 심지어 이를 통해 사업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기부 과정의 실무적인 어려움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우리 부부는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그리고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부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예상 수명보다 훨씬 더 많이 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지금 모든 계획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지금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스타트업을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 방식의 기부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워나갈 것이며, 그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 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