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롤러블폰 세계 최초 타이틀, LG 아닌 삼성에게?”
세계 최초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주목을 받았던 LG전자의 ‘LG 롤러블’ 출시가 안개 속에 빠졌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매각·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중국의 오포(OPPO), TCL 등 경쟁사의 롤러블 스마트폰 개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경쟁사에게 뺏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IT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이 삼성전자의 롤러블 스마트폰 특허를 공개했다. 해당 특허는 ‘듀얼 슬라이드형 전자 장치’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3월 세계 지식 재산권 기구에 출원됐다.
특허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롤러블 스마트폰은 내부에 숨겨져있던 디스플레이가 기기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형태다. 디스플레이가 측면 롤러블 모터에 돌돌 말려있는 형태와 달라 ‘슬라이드’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펼치면 6인치에서 8인치로 약 30% 가량 확대된다고 렛츠고디지털은 보도했다. 지난해 IT 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가 비공식 행사로 일부에게 선보인 것으로 알려진 ‘슬라이드폰’ 형태와 유사해 보인다.
앞서 해당 매체는 그동안 공개된 삼성전자의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롤러블폰을 예측, 3D로 구현한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상징인 S펜(스타일러스펜)을 장착한 점이 특징이다.
아직 특허에 불과하지만 관련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의 롤러블폰 출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전자의 ‘LG 롤러블’은 위기에 처했다. 당초 오는 3월 늦어도 상반기 공개가 예상됐지만, 최근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커졌다. 여기에 LG전자가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까지 시사한 상황. 사업을 접을 경우 이름까지 붙여진 ‘LG 롤러블’은 ‘티저 영상’만 남긴 비운의 스마트폰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재배치 등의 조정이 진행되는 만큼, LG롤러블의 완성도를 높여갈 기술 인력들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LG전자측도 출시 여부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LG 롤러블’의 구체적인 공개 시점과 세부 사양, 가격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사업 철수와 관련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면서 “롤러블폰 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 롤러블 출시가 무산될 경우 빈 자리는 삼성전자와 중국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포(OPPO)와 TCL 등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컨셉폰’을 선보이고 있다.
오포는 지난해 11월 롤러블폰 ‘오포X 2021’의 컨셉을 공개한 바 있다. 오포가 공개한 영상 속 ‘오포X 2021’은 6.7인치 크기로 일반 스마트폰과 비슷하지만, 오른쪽으로 펼치면 7.4인치 태블릿PC가 된다. 우측 센서를 터치하거나,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동작으로 화면을 키울 수 있다.
또다른 중국 제조사 TCL은 LG전자가 CES에서 LG롤러블 티저 영상을 공개한 당일, 롤러블폰 출시 계획을 밝히고 맞불을 놨다. 6.7인치에서 7.8인치까지 늘어난다. 손가락으로 제품을 두드리면 화면이 확대되는 식이다. TCL은 연내에 제품을 정식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제조사들의 롤러블폰은 기술적 완성도 문제로 단기간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폰까지 중국 제조사에 앞서,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