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박모(32)씨는 최근 인근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운전대를 잡았다가 식은땀 나는 상황과 마주했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가속패달을 밟는데 맞은편 직진 차선에 있던 오토바이가 박 씨의 차 앞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질주’한 것이다. 박 씨는 “오토바이가 멈추지 않고 달려 우회전을 받는다고 생각해 속도를 살짝 늦췄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그대로 들이 받았을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달 오토바이 관련 사고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배달 건수 및 시간을 맞추려는 일부 배달원들의 ‘목숨을 내놓은’ 라이딩까지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배달원들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의 배달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강화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며 배달원이 부족한 상황. 이에 신규 배달원 모집을 위해 최대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모션까지 등장했다.
올해 들어 배달원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요기요 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난 8월 출시 당시 라이더 수가 450여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800명까지 2배 가량 증가했다.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바로고도 코로나19 직후인 2월(1만3200명)과 비교해 9월 라이더 수가 53% 늘어난 2만200명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부족해 바로고는 지난 22일부터 라이더 추가 모집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배달원 수가 늘어난만큼 오토바이 사고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2739명)보다 5.5% 감소한 258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오토바이 등 이륜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46명으로 전년 동기 409명 대비 9.0% 많아졌다. 보행자(-12.0%), 고령자(-9.9%), 어린이(-19.2%), 사업용차량(-10.0%), 음주운전(-10.0) 등의 사망사고가 감소한 반면, 이륜차(9.0%), 고속도로(8.3%) 사망사고만 늘었다.
업계에선 배달 건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각 배달 플랫폼간 배달 시간 제한 단축 경쟁이 이같은 상황을 야기했단 지적이 적지 않다. 한 달 기름값이 평균 10만원. 오토바이 렌트료도 35만원 가량이다. 하루에 30~40건을 뛰어야 평균 250만원의 소득을 쥘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위험천만한 질주가 불가피하단 것이다.
이에 배달 플랫폼 운영 업체들이 인공지능(AI) 배차 기술 도입, 라이더 안전 교육 강화 등에 힘쓰고 있지만, 업계에선 “근본적인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