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리, 융프라우의 생태, 취리히의 낭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주간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오르고, 최고시청률 두자릿수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남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 서단(서지혜 분) 등 주인공들 간 인연의 끈, 연결의 배경이 된 스위스 촬영지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스위스는 드라마의 주요 복선을 담은 곳이다. 윤세리가 삶의 끝을 고민하는 순간 바라 본 아름다운 스위스의 경치와 패러글라이딩 체험, 세 남녀의 엇갈린 운명의 복선을 담은 지그리스빌(Sigriswil) 다리, 드라마 시작 영상 중 보이는 스위스의 도심 풍경엔 ‘불시착’ 로맨스가 있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는 융프라우(Jungfrau) 지역과 낭만의 도시 취리히(Zurich)이다.
융프라우지역은 알프스 산악 지대답게 매력적이고 아담한 산악 마을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곳이고 취리히는 스위스의 경제문화의 중심 도시로 잘 알려진 곳이다. 헤럴드경제는 주한 스위스관광청의 도움말을 얻어 그곳의 매력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 도착하면 곧바로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이 된다.
▶생사의 삼각 조우, 브리지 트레일= 재벌가 오빠들의 분쟁에 염증을 느낀 상속녀 윤세리는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거절당한 뒤 이 다리 위에서 떨어지려 했지만, 주변 절경에 대한 감탄도 빼놓지 않는다. 그때 다리 위에 리정혁과 서단 나타나고 리정혁은 남의 속도 모른채 약혼자 서단과의 투샷 촬영을 윤세리에게 부탁한다.
아름다운 그 다리 ‘브리지 트레일’은 융프라우 지역 한켠에 있는 180m 높이의 현수교로, 베르네제 알프스의 장관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해준다. 다리는 에슐렌(Aeschlen)과 지그리스빌(Sigriswil) 마을을 이어주고 있다. 340m 길이의 현수교에는 다리 안전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자연과 기술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새 둥지의 위치며, 다리가 어떻게 지어졌는지, 어디에서 뭘 먹으면 좋을지 어떤 질문을 해도 좋다. 16세까지의 어린이는 다리 입장료가 무료이다.
다리와 연결된 지그리스빌(Sigriswil)은 툰(Thun) 호숫가에 자리해 있다. 지그리스빌에 속한 11개의 휴양 마을은 툰 호수와 베르네제 알프스의 장관을 선사한다. 하이킹과 산책 트레일로 가득한 이 곳에는 산과 호수의 풍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스파도 이용할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융프라우 지역 클라이네 샤이덱=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은 아이거 북벽(Eiger North Face) 바로 발치에 자리해 있다. 두 개의 뤼치넨(Lütschinen) 계곡 사이의 분수령이다. 전 세계의 아이거 북벽 등반가들과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곳 패러글라이딩이 특별한 경험이고 자연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잠깐의 교육만 받으면 전문 강사와 함께 두 명이 같이 패러글라이딩을 타게 되는 텐덤(Tendem) 패러글라이딩이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 클라이네 샤이덱 뿐 아니라 스위스 알프스 산악 전 지역에서 도전해볼 수 있다.
두 명이 같이 패러글라이딩을 매고, 언덕을 달려 내려가다보면 어느샌가 공중에 부양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발치 아래로 기막힌 알프스의 풍경이 펼쳐지고, 전문 파일럿은 하늘 위에서 독수리처럼 원을 그리며 패러글라이딩의 진수를 선보인다. 융프라우(Jungfrau), 아이거(Eiger), 묀히(Mönch)와 쉴트호른(Schilthorn) 봉우리까지 한 눈에 알프스가 빼곡이 들어온다. 전문가가 동행하는 2인 패러글라이딩은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기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이거 글래시어 역(Eiger Glacier Station)에서 1시간 50분이 소요되는 아이거 트레일(Eiger Trail)을 따라가면 알피글렌(Alpiglen)에 도착하게 되는데, 스위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하이킹 투어 중 하나로 꼽힌다. 클라이네 샤이덱 역은 여름에는 매력적인 하이킹을, 겨울이면 스키와 터보건을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융프라우 주변 이젤트발트(Iseltwald)= 에메랄드 빛 브리엔츠(Brienz) 호숫가, 동화 같은 마을 트레일을 이젤트발트에서 해 볼 수 있다.
브리엔츠 호수 위로 팔레트 한 가득한 계절의 색채가 반사된다. 특히 이젤트발트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허기가 몰려오면 마을 레스토랑에 들러 브리엔츠 호수의 맑은 물에서 싱싱하게 잡혀 식탁에 오른 생선 요리를 맛보다. 배가 부르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한 면으로는 비취색 물빛이, 다른 면으로는 황금빛 나무들이 즐비한 길을 따라 아름다운 기스바흐(Giessbach) 폭포와 호수 위로 웅장하게 자리해 있는 같은 이름의 호텔까지 이어갈 수 있다.
기스바흐 폭포는 500m 높이에서 수 없이 많은 다른 단계를 지나 호수로 떨어진다. 마치 동화 속의 성처럼 보이는 역사적인 그랜드 호텔 기스바흐는 폭포 바로 옆에 자리한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푸니큘라로 기스바흐에 자리한 부잔교에서부터 바로 호텔과 거대한 폭포까지 올라간다.
푸니쿨라 열차는 놀라운 기술적 혁신성과 현대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127년 전의 로맨스와 향수를 자극한다. 또 다른 명소로는 뵈니겐(Bönigen)에서 출발하여 이젤트발트(Iseltwald)를 경유하여 기스바흐까지 브리엔츠 호수의 남쪽 제방을 따라 걷는 것이다.
융프라우 아래 인터라켄(Interlaken) 휴양지에서 뵈니겐(Bönigen)에서 이젤트발트(Iseltwald)를 거쳐 브리엔츠(Brienz)까지 이르는 세 개의 폭포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을 즐길수 있다. 물은 튀거나 콸콸 흘러내리고, 때로는 천둥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린다. 하이킹은 체력 안배 전략에 따라 세 개 코스별로 나눠서 할 수도 있다. 당연히, 버스, 보트, 기차로도 이동한다.
▶쉴트호른(Schilthorn)= 해발 2970m인 쉴트호른(Schilthorn)은 아이거(Eiger), 묀히(Mönch), 융프라우(Jungfrau)가 포함된 일명 ‘스위스 스카이라인(Swiss skyline)’이라 불리는 360도의 파노라마 전망과 회전 레스토랑 피츠 글로리아(Piz Gloria)의 맛있는 요리로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67년부터 라우터브룬넨(Lauterbrunnen) 계곡의 슈테헬베르크(Stechelberg)부터 산정상까지 공중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본드 월드(Bond World) 007’ 인터랙티브 어드벤처 전시를 관람하거나 새로 꾸며진 ‘007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 들러 제임스 본드(James Bond)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중간 역 브리그(Birg)에서는 마치 발 아래가 뚫린 듯한 바닥을 걸으며 아찔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라인 워크(Skyline Walk)와 스릴 워크(Thrill Walk)가 있다.
쉴트호른은 스키 레저의 명소이다. 쉴트호른 정상에서 뮈렌(Mürren)까지 이어지는 스키장은 융프라우(Jungfrau) 지역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스키 지역으로 손꼽힌다. 곳곳에는 깎아지른 경사면이 도사리고 있고, 54㎞ 길게 펼쳐진 다운힐은 스키의 맛을 더욱 고조시킨다고 스위스관광청을 소개했다.
▶격조 있게 사람과 자연, 예술을 대하는 도시 취리히(Zürich)= 사랑의 불시착에서 취리히 지역 촬영을 진행한 곳은 최고의 전망대, 린덴호프(Lindenhof)다. 취리히 구시가 중간 언덕 위에 자리한 광장으로, 리마트(Limmat) 강을 따라 이어지는 취리히의 구시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취리히는 도시 속 자연을 품고 있으면서, ‘예술은 미술관이 아닌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모토로 도시 전체를 예술의 장으로 만들었다. 거리의 사인물부터 공공 시설까지 세련된 디자인 감각이 녹아있다.
숱한 문화예술 이벤트와 다채로운 박물관, 취리히만의 푸드 페스티벌, 스위스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나이트라이프로 밤낮 없이 역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찬란한 햇살이 부서지는 물결과 그 위로 반사되는 도시의 풍경을 만끽하려면 리마트(Limmat) 강의 보트를 타보도록 한다. 취리히 호수부터 리마트 강을 따라 곳곳에 보트 선착장이 있다. 혹은 강과 호수에 자리한 야외 수영장에서 알프스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수도 있겠다. 알프스 산이 한 시간 내의 거리에 있다.
스위스 전역에는 잘 설계된 자전거 루트가 펼쳐져 있다. 일반 자전거는 물론, 산악 자전거 코스도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 즐겨볼 만하다. 취리히에서는 ‘쥐리 롤트(Züri rollt)’라는 무료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를 한 대 빌려, 두 바퀴로 취리히 구시가지 곳곳을 둘러보기 좋다. 도시형 자전거나 이바이크, 어린이 자전거 등 다양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데, 여권과 CHF 20의 보증금을 아래 대여소에 맡기면 된다. 스위스 국립 박물관(Swiss National Museum)과 포스트브뤼케(Postbrücke) 다리 남단에서 연중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취리히 서부의 도시재생= 지난 10년 간 취리히(Zurich) 서쪽의 버려진 산업구역은 밝은 빛을 발하는 장소로 새로이 성장해왔다. 이곳엔 푸른색과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프라임 타워(Prime Tower), 토니-아레알(Toni-Areal) 예술대학, 새롭게 탄생한 철교 아치, 임 비아둑트(Im Viadukt) 등이 들어섰다.
한때 배를 만들고, 모터를 조립하던 장소는 이제 화려한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을 뽐낸다. 서쪽에 있는 프라임 타워(Prime Tower), 레스토랑과 바를 갖춘 매력적인 도시 정원인 프라우 게롤즈 가르텐(Frau Gerolds Garten), 그 옆 프라이탁 컨테이너 타워(Friday container tower)가 대표 랜드마크로 섰다. 임 비아둑트 길을 따라 여유롭고 기분 좋은 산책을 즐겨도 되겠다.
취리히 도심이 모던하고 세련된 정취라면, 취리히 서부는 개성이 뚜렷한 열정적인 풍경을 지닌 곳이다. 취리히 서부 지역은 1890년부터 산업 지대로 큰 역할을 해왔던 곳인데, 1980년대 산업이 후퇴하기 시작하면서, 공장들이 이주를 하거나 문을 닫게 된다. 공장들이 철수한 뒤, 광활한 1.4㎢의 지대가 그대로 버려질 처지에 놓이자 트렌디하게 도시재생을 실행한 것이다. 지금은 밤마다 올빼미족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극장과 콘서트장 등 각종 문화 시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쇼핑할 곳도 함께 들어섰음은 물론이다. 빕킹어(Wipkinger)와 레텐(Letten) 고가는 450m 길이의 거리 장터(Market street) 로 변신해, 고급 식료품, 바, 고서점, 갤러리, 목공예 공방, 예술 스튜디오 등이 함께 들어서기도 했다. 임 비아둑트(Im Viadukt)라 불리는 이 곳 장터에서는 패션 숍은 물론, 유기농 식자재나 고급 와인 쇼핑을 즐길 수 있으며,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에서는 맛깔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재활용 천과 부품을 이용하여 세계 유일의 디자인 가방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의 플래그숍도 이 곳에 위치한다. 19개의 녹슨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건물 제일 꼭대기에는 취리히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세컨핸드숍과 주말 벼룩시장도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