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배 전 울산경찰청장, 건설업자 김모씨 변호인 맡아
김학배·황운하·민갑룡…경찰청 대표적 수사권조정론자
2005년에 김학배 황운하 민갑룡 함께 토론나가기도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를 고발한 건설업자의 변호인으로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김학배 변호사가 선임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경찰과 고발인 간 유착 의혹이 가중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당시 고발인과 500차례가 넘는 전화통화를 했던 것으로도 확인된 상태다. 김 변호사는 경찰 재직시절,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과 ‘수사권 조정’ 업무를 함께 했으며, 이 두 사람은 민갑룡 경찰청장과 함께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조정론자’로 불렸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김학배 변호사는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을 고발한 건설업자 김모(55)씨의 법률대리인(변호사)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올해 5월께 자신의 변호인을 김 변호사로 교체했다. 건설업자 김씨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인사들을 울산 경찰에 고발하고 청와대에 투서까지 보낸 인물이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김 전 시장 측근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신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김학배 변호사가 어떻게 건설업자의 변호인으로 나서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변호사를 선임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밝히면서, 선임 과정에 황운하 청장의 영향이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황 청장도 통화에서 “변호인 선임하는 것과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통상의 관(官)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통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개 내사 또는 수사 단계에서의 변호사는 경찰이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기용하고, 기소 이후에는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김 변호사가 임명된 것은 재판을 받는 단계에서 경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사례다.
김학배-황운하-민갑룡 세 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 2005년 한 언론사 토론회에도 함께 출연한 인연도 있다. 당시 김학배 기획수사심의관(경무관), 황운하 수사권조정팀장(총경), 민갑룡 수사권조정 전문 연구관(경정)이 경찰 입장을 설명할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황운하 총경은 이후 경찰청 수사권조정단장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장, 대전지방경찰청장에 올랐고 민갑룡 경정은 경찰청 차장을 거쳐 경찰청장이 됐다. 수사권조정 업무의 총 책임자였던 김학배 경무관은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고시 출신인 김학배 경무관은 경정 특채로 경찰생활을 시작했다.
경찰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 기수로 목소리를 높였던 세 사람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국면에서 다시 한 배를 탔다. 황운하 경무관은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중심인물이 됐다. 민갑룡 경정은 경찰수장이 돼,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하명수사 의혹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편 건설업자 김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A 경위의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건설업자 김씨와 A 경위와의 유착관계도 새롭게 드러났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를 통해 받은 A 경위 공소장을 보면 A 경위는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건설업자 김씨와 535차례 통화하면서 관련 수사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출했다고 기재돼 있다. 황운하 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 재직시절 취임 석 달 후인 지난 2017년 10월, 김 전 시장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을 맡아온 수사관을 다른 부서로 발령내고 A 경위를 수사팀장으로 임명했다. 황 청장은 교체 경위에 대해 교체된 경위가 김 전 시장과 관련한 허위보고를 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다른 부서로 발령냈다고 밝힌바 있다. A 경위는 강요미수와 협박 혐의로 현재 재판중에 있다. 검찰은 A 경위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