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하게 점쳐졌다. 영화가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국내외 언론과 평단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과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 위트 있는 대사,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실제 ‘기생충’ 상영 직후 국내외 언론들은 “봉준호 감독 작품 중 최고의 작품”,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낸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봉준호 감독의 일관된 작품 세계는 칸의 선택을 받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문원 영화평론가는 “계급갈등 테마 자체가 세계정세로 보아 환호받을 만하다. 심사위원장이나 심사위원들 면면을 봐도 ‘기생충’을 방해(?)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봉준호 같은 작가적 개성과 상업적 어필의 균형을 탐탁해 할 사람들이 많았다. 예술본위적 ‘그들만의 리그’를 상당히 애매하게 생각한다”고 평했다. 특히 특히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이미 ‘바벨’ 등으로 각종 인종문제와 빈부격차 문제를 다뤄왔고, 마찬가지로 남미영화인들의 할리우드 입성을 적극 지원해온 사람으로 봉준호 커리어에 크게 관심을 가졌을 법하다는 것.
정덕현 평론가도 “칸 영화제는 자기 세계관이 확고한 감독을 선호한다. 봉준호 감독은 일관되게 자신의 스타일을 성장시켜온 사람이다”면서 “영화아카데미 시절 만든 ‘지리멸렬’(1994)때부터 봉 감독 특유의 유머가 발견된다. 사회성을 유머, 위트와 섞어 디테일을 녹여내 봉 감독 특유의 ‘봉테일’(봉준호와 디테일의 합성어)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로 살지만 가족끼리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과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정(조여정)집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따라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박사장의 저택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기택네 ‘반지하’ 공간은 ‘지하’이지만 심리적으로 ‘지상’으로 받아들이고 싶게 하는 그런 디테일은 봉 감독만의 특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