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 손 프리츠커상 디렉터
프리츠커상 1979년 창립이래 헌신적 자질 갖춘 건축가 존중 소속감을 주는 ‘반응하는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 DDP 설계 故 자하 하디드는 독창성의 끝이 없는 예술가 “과거 우리들은 정착지에서 발생하는 경제활동, 혁신의 혜택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 것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도시는 서로 의존하는 복잡한 시스템들의 집합체입니다. 사람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편안함을 주는 도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도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도시. 이런 ‘반응하는 도시(Responsive cities)’가 살기 좋은 도시 아닐까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디렉터로 2005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마샤 손(66)은 특히 대도시의 공간 연구에 일가견이 있다.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IE대학교 건축디자인 학장을 맡고 있는 그가 오는 15일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국내 첫 강연을 펼친다. 최근 학생들에게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건축과 디자인의 역할을 교육하고 있는 그가 한국 청중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헤럴드경제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미리 들어봤다.
마샤 손은 건축과 디자인의 근본적인 역할이 모든 시민들로 하여금 도시 생활의 긍정적 이점을 누리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도시는 모든 사람에게 육체적· 정신적 복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건축과 디자인은 이같은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간 공간의 다양성, 사람들 간의 예기치 않은 부딪힘 등이 혁신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우리가 도시로부터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면,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이를 위한 새로운 형태와 이동성(교통)에 대한 구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방문이 두 번째인 마샤 손은 과거 서울로부터 받았던 인상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서울은 모든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복잡성을 갖고 있었다”며 “쇼핑, 문화, 외식, 레크리에이션, 교육 등 많은 기능이 함께 집합된 점이 긍정적이었는데, 생동하는 지역에 다양한 활동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다만 그는 “서울의 거리가 굉장히 컸다는 것, 그럼에도 교통 체증이 많았던 것 등을 기억한다”며 “교통 편이성을 높이고 장거리 이동을 줄인다면 거주자의 자유시간을 늘리고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 손은 이번 디자인포럼의 주제인 ‘지속 가능성’ 대해서도 운을 뗐다. 그는 “가장 성공적인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는 환경과 경제, 문화와 맥락의 사회적 차원을 인식하는 것”이라며 “건축가와 디자이너, 개발자, 정치인 등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개별 건물이나 공간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큰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츠커상 디렉터인 마사 손은 프리츠커상의 취지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프리츠커상은 지난 1979년 창립된 이래 항상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며 “그 목표란 재능과 비전, 헌신 등의 자질이 겸비된, 그리고 건축 예술 작업을 통해 인류에게 일관적이고 뚜렷하게 기여한 현존 건축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수상자 심사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가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심사위원들의 인용문을 보면 최근 수년간 글로벌 이슈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다만 독립적인 심사위원들은 수상자 결정에 관여할 뿐, 수상자들이 미래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샤 손은 이번 포럼이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설계자이자 여성 최초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고(故) 자하 하디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자하 하디드의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바로 이전 작품보다 늘 대담했고, 그녀의 독창성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며 “동료 전문가들은 건축과 환경에 대한 독특한 접근방식을 구현하기 위한 그의 역동적인 형태와 전략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들이 말하길)자신의 커리어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그의 여정은 영웅적 투쟁이었다”는 평가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