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29일 리스본조약 50조 발동…브렉시트 협상 개시
-이혼합의금, FTA, 스코틀랜드 독립 요구 등 과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험난한 여정에 나선다.
메이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EU 27개 회원국과 2년에 걸친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한다.
영국은 EU 60년 역사상 최초로 탈퇴하는 국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만큼 메이 총리의 앞에는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EU와의 협상에서 이혼합의금,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EU는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약속했던 재정지원금, 이른바 ‘이혼합의금’으로 600억유로(약 73조3000억원)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EU를 이끄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영국은 탈퇴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과실만 따먹기(cherry picking)는 용납 못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메이 총리는 “EU가 브렉시트를 이유로 영국을 벌한다면, 그것은 재앙을 초래하는 자해가 될 것”이라며 이혼합의금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했다. 대신 EU와 FTA를 통해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EU는 영국이 이혼합의금에 동의해야 FTA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영국은 이밖에도 국경, 시민들의 거주권 보장, 유럽사법재판소(ECJ) 등 사법권 관할, EU 기관 이전 등 수많은 문제를 놓고 EU와 협상해야 한다.
영국이 EU 법규를 자국법으로 그대로 옮겨 담거나 수정ㆍ폐기해야 하는 법규(지침 포함)는 10만개에 달한다. 이는 나라 전체 법규 가운데 약 65%로 추산된다.
대내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가 메이 총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메이 총리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독립 재투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울러 북아일랜드에서도 아일랜드공화국과 합치는 방안을 국민투표로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글로벌 영국’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도 메이 총리의 몫이다.
CNN머니가 27일 전한 IHS 마르키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향수 10년간 영국 경제를 더 낫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는 영국민은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 총리는 ‘나쁜 협상(bad deal)보다 무협상(no deal)이 낫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협상에 실패한 채 ‘질서 없는’ 브렉시트를 맞을 경우 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정부가) 잘못하면 협상은 비참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영국의 영향력과 명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