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곰탕집 때아닌 ‘특수’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S곰탕집. 점심시간이 되자 이곳에 인근의 검찰청, 법원,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온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평소에도 사람이 많이 찾아서 기다리는 일이 많지만 이날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균 5~10분 정도 더 기다려야만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계종업원은 기자에게 “평소보다 손님이 20~30% 늘어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곰탕집은 근처 서울중앙지검에서 포장 주문을 즐겨하는 식당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곰탕을 시켜서 먹는 사람이나,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나 화제의 중심은 단연 ‘최순실’이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전날 최 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도중 곰탕을 거의 남김없이 먹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라 사람들이 이렇게 몰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실제로 당시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최순실 곰탕’이란 검색어가 1위에 올랐다. 최 씨가 검찰에 출석할 당시 신고 왔던 명품 구두 역시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상품이나 장소가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람의 패션을 대중이 따라하는 현상을 ‘블레임 룩’이라고 하는데 지난 199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탈옥수 신창원이 입고 있던 이탈리아 명품 M사의 화려한 티셔츠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티셔츠는 나중에 짝퉁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신창원이 검거됐을 당시 시중에서 전량 품절될 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온라인상에는 최 씨와 현 정권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최 씨를 변호하는 이경재 변호사와 최 씨 가족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빗발치고 있다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계정에 올라온 ‘공주전’이나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계정에 올라온 ‘박공주헌정시’는 빼어난 필력(?)으로 누리꾼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최순실이 사태의 본질을 가리는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한 점 의혹없이 모든 진상을 규명해 국민들의 울분을 풀어주길 기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