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최순실 게이트를 사실상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레임덕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기습 도발할 경우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도 26일 만장일치로 최순실 특검을 도입하기로 했다. 최순실 특검이 권력의 최고 중심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국정공백 현상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마치 이승만 정권 말기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재학중인 이화여대 총학생회,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총학생회 등이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그외 대학들도 추가로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승만 정권 말기 연상시키는 정국 혼란? 대학생들 시국선언 잇따라=이대 총학은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비선실세인 최순실에게 국정을 넘겨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서강대 총학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선배님(박근혜)께서는 더는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호소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시라”며 ”거국중립내각의 법무부장관이 검찰수사를 지휘하게 하시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그길을 선택하신다면 야당도 협조할 것”이라며 “그것만이 국정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최후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서도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도리를 저버리지 마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순실 사태에 대해 “구국운동을 해야할 정도의 사태라고 본다”며 “매일매일 믿기 힘든 일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측도 최순실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6일 최순실 사태를 언급하며 “박근혜 정권 붕괴의 서막”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남남갈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軍 “북한 도발하면 처절히 응징…어떤 도발에도 대비 마쳐”=북한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남측으로 밀고 내려오면 남한의 20만여명이 북한을 지지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등 남남갈등을 전쟁의 필수요건으로 여기고 있다. 예상치 못한 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로 여야 모두 최순실 특검에 합의하는 등 남남갈등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언제든 남측의 혼란상을 틈타 도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어떠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나라를 지켜낼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하면 처절한 응징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군이 지금까지 방산 비리 등으로 지탄의 대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 군은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전쟁을 준비해 온 조직”이라면서 “북한이 당장 어떠한 방식으로 도발하든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미간 작전계획이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수립돼 있고, 한미연합은 이를 바탕으로 완벽하게 대응해 어떠한 빈틈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