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53석, 야권 48석으로 네타냐후 ‘기사회생’
19석 약진한 아랍계, 연정 구성 ‘키’ 쥘 듯
초정통파는 병역 이슈에 네타냐후와 ‘결별’ 검토
아이젠코트가 연정 구성 우선권 가질 가능성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여권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여야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향후 연정 구성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아랍계 정당은 19석을 차지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약진을 보이면서,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초정통파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은 네타냐후 진영과 결별을 검토하고 있어, 이 역시 연정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새벽 개표를 완료한 결과 네타냐후 총리 진영은 120석 중 총 53석을, 야권은 48석을 차지했다. 아랍계 정당은 19석을 얻었다.
단일 정당별로 따지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27석으로,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네타냐후의 경쟁자로 떠오른 가디 아이젠코트가 창당한 야샤르는 21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야권인 투게더(12석)와 아랍계 정당 조인트리스트(11석), 민주당(8석), 아랍계인 리암(8석) 순이었다.
이어 초정통파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과 우파 성향의 야당 이스라엘 베이테누, 극우성향의 오츠마 예후디트가 각각 7석씩, 여권인 독실한 시오니즘과 샤스가 각각 6석씩 차지했다.
네타냐후 진영이 야당을 앞섰지만, 그 어느쪽도 과반(61석)을 확보하지 못해 연정 구성에 합의해야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네타냐후 진영은 국민 단결과 이란의 핵 개발 저지 등을 강조했지만, 4년 전 총선보다 11석을 잃었을 정도로 ‘심판론’의 여파가 컸다.
여기에 우군이었던 극우 진영이나 초정통파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네타냐후 총리의 발 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현지방송 채널 12에 따르면 초정통파 UTJ는 네타냐후 진영과의 결별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여당에 최우선으로 요구했던 초정통파 유대교 신학생의 병역 문제 해결이 난망해지자, 야당과의 사이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초정통파 유대인(하레디) 남성들은 유대교 율법과 전통을 엄격하게 따르며, 종교학교인 예시바에서 경전 연구에 전념한다. 때문에 이들에게 상당한 정부 보조금이 주어졌고, 병역도 면제됐다. 이들을 대표하는 UTJ는 예시바 학생이 군 복무 대신 종교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병역 면제를 법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여성도 군복무를 다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국민적 반발이 크다. 이스라엘 대법원도 2024년 6월 예시바 학생을 일괄적으로 징집 대상에서 제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UTJ는 네타냐후가 병역 면제 법안을 처리해주기를 기대했지만 입법이 지연되자 지난해 7월 연정에서 빠졌다. UTJ 내부에서는 네타냐후를 계속 지지하기보다 아이젠코트와의 협상 방안도 열어놔, 자당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다.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샤르도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UTJ는 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아이젠코트의 정부 구성을 지지하면서 연정에는 들어가지 않고 표결에서만 야샤르의 의중에 맞게 움직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무엇보다 아랍계 정당이 연정 형성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진영보다 뒤진 야당도 아랍계 정당과 손잡으면 67석으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관건은 야샤르 등 야권의 우파 정당들도 아랍계 정당과의 합작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권이나 야권이 아랍계 정당과 어느 선까지 협상을 해서, 연정 구성에 이들을 끌어들일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정 선거 결과 발표 시한인 다음달 4일까지 득표수가 소폭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득표수가 확정되면 이츠하크 헤르초크 대통령은 과반의 지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되는 정당 지도자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한다.
이스라엘 초당파 연구기관인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아사프 샤피라는 헤르초그 대통령이 아이젠코트에게 먼저 정부 구성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이젠코트가 연정 구성권을 갖게 되면 네타냐후를 퇴진시키기 위해 아랍계 정당들과 손을 잡을 것인지, 혹은 네타냐후와 힘을 합쳐 거국정부를 구성지 결정해야 한다.
첫번째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다음 후보자에게 연정 구성 권한을 넘긴다. 최대 3명에게까지 구성권을 부여할 수 있다. 3명이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 IDI는 이전 사례를 토대로 이스라엘 연정 구성에 20일에서 최장 100일까지 소요됐다고 분석했다. 연정이 구성되기 전까지는 네타냐후가 과도정부 총리로 계속 재임할 수 있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