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배터리 산업의 날

“ESS 호황·유럽 성장에 셀 업체 실적 개선”

“소재업계 업황 개선은 시간 필요”

“정부·국회와 직접 지원 방안 논의”

“포스코퓨처엠 올해 양극재 수주 270만톤 전망”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이 2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6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이 2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6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이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도 소재·부품업체까지 회복세가 확산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적자 상태인 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세액공제의 혜택을 당장 받기 어려운 만큼 직접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엄 회장은 2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6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회복 상황과 내년 업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엄 회장은 “올해 2~3분기 들어 배터리 셀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익이 나고 있지만, 소재·부품업체들은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어 배터리 업계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과 유럽 전기차 수요 회복이 일부 배터리 제조사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소재·부품 공급망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국내 배터리 업계의 3분기 실적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 7560억원, 삼성SDI는 4078억원을 기록한 반면 SK온은 8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소재업체들의 수익성은 여전히 부진할 전망이다. 증권가가 예상한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61억원, 1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감소하는 수준이다. 엘앤에프는 116억~447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엄 회장은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에 따른 ESS 수요 증가가 국내 배터리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유럽 시장의 성장세도 셀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셀 3사가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소재·부품 등 공급업체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향후 실적 개선이 배터리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배터리 산업의 회복 여부를 판단할 핵심 지표로는 출하량과 공장 가동률을 꼽았다. 엄 회장은 “제조업에서는 출하량과 가동률이 기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2~3년 뒤 실적으로 이어질 수주 실적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적자 기업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국내에서 배터리 등 전략산업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다만 법인세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이어서 납부할 법인세가 없는 적자 기업은 지원 효과를 즉각 체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엄 회장은 “영세업체를 비롯해 많은 협회 회원사가 여전히 적자 상태”라며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기업에도 현금 직접환급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자 기업들이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회가 국회·산업부와 함께 주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생산촉진세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고, 연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엄 회장은 포스코퓨처엠의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2~3년 전 전기차 캐즘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프로젝트가 대부분 중단되거나 보류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며 “포스코퓨처엠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약 150만톤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2~3건의 계약을 추가로 체결해 약 120만톤을 더 확보하면 전체 수주 물량이 약 27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엄 회장은 “수주 물량은 통상 2~3년 뒤 공급되지만,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이 시작되는 물량도 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출하량과 가동률이 높아지고, 2028년부터는 판매량과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엄 회장은 최근 협회 내부에서 불거진 조직 운영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협회장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회원사들을 위해 협회가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2~3개월 정도 제3의 기관을 통해 조직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단 결과를 모두 수용하고 조직 개편을 비롯해 잘잘못을 공정하게 따져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며 “회원사를 위한 새로운 협회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엄 회장은 “다음 달 정도면 종합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있었고 산업부에서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종합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