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입법 예고
기존 정리 기간 150일에서 사나흘로 압축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금융회사 부실에 대비해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대규모 뱅크런이 발생하기 전에 금융회사의 영업을 신속히 정지하고 정리 절차를 진행해,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통상 150일가량 걸리던 금융회사 정리 절차는 제도 도입 시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3~4일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속정리제도는 금융회사가 부실에 빠졌거나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영업정지 등 정리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영업정지와 임원의 직무정지, 관리인 선임을 비롯해 계약이전·제3자 인수·감자(주식 소각·병합)·인허가 취소 등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정리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진다.
통상 금융회사 정리에는 약 150일이 소요되나, 신속정리제도가 시행되면 3~4일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속한 정리 과정에서도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보호할 방침이다. 신속정리제도를 적용할 때 발생하는 손실이 통상적인 청산 절차를 밟았을 때보다 커지지 않도록 관련 조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부실 금융회사뿐 아니라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까지 포함한다. 해당 금융회사의 부실로 과거 SVB 사태와 같은 대규모 뱅크런이 발생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본잠식 상태를 신속정리제도 적용 기준으로 삼으면 급격하게 뱅크런이 이뤄지는 사태에선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적용 대상을 부실 우려 금융회사로 넓힌 이유”라고 말했다.
시행 대상은 금산법을 적용받는 곳 중 예금보험기금의 자금 지원이 가능한 은행, 보험, 증권사, 저축은행, 금융지주회사다. 여신전문금융회사나 자산운용사, 신탁사의 경우 예금자보호법 적용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뱅크런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에서 제외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부터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해왔다. 미국 내 급격한 뱅크런을 야기한 SVB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자체 신속정리제도를 바탕으로 4일 만에 임시 은행인 ‘가교은행’을 설립해 예금 전액을 이전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방안이 제도화된다면 금융회사의 급격한 부실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위기 시 신속한 정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신속정리제도를 담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11월 중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