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한 방향으로만 불어오지 않는다. 물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역풍이 불어오기도 하고, 역류가 밀려오기도 한다. 통상적인 물의 흐름을 본류(Maincurrent)라 한다면, 이를 거역할 만한 강한 힘을 역류(Crosscurrent)라 한다.
경제도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폭발적인 성장 기회를 얻기도 하고,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수직상승 하기도 한다. 침체하던 지역경제에도, 한적한 시골 동네의 부동산 시장에도, 하루 종일 기계와 다툼하는 노동시장에도, 팔고자 깎고자 씨름하는 전통시장에도 역류가 흘러 들어온다.
바퀴가 도입되었을 때, 인류는 얼마나 큰 혁명적인 역류를 만났을까? 증기기관이 도입되었을 때, 전기가 도입되었을 때, 인터넷이 도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혁명적 신기술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꾸어 놓을 역류가 되었다. 21세기에도 과거 역사와 비교도 되지 않는 AI의 역류가 밀어닥치고 있다. AI 벨류체인에 핵심 중 하나인 메모리 반도체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은 경제사를 새로 쓰고 있을 정도다.
첫째,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6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약 4219억달러로 전망된다. 중국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많다. 한국의 2025년 경상수지도 1231억달러로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에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독일과 일본을 넘어선 수치다. 엄청난 반도체 수요와 그에 따른 반도체 가격 폭등에 따른 일이다. 한국의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1.8%에 달한다(2026년 3분기 누적 기준).
둘째, 한국 기업들이 인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6년 3분기 영업이익은 잠정 107조원에 달한다. 한국 역사가 아니라, 인류역사상 최고 실적이다. 2022년 러·우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사우디아람코가 약 110조원의 실적을 낸 적이 있다. 이를 제외하면,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도, 알파벳이나 애플도 못 이뤄본 엄청난 실적인 것이다.
셋째, 수십 년 동안 떨어져 왔던 잠재성장률이 반등하고 있다. IMF는 2026년과 2027년의 잠재성장률을 각각 2.1%, 2.2%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1.9%에서 반등한 값이며,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는 일은 약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도 2026년 뚜렷하게 반등해 3.3%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에 닥친 과제들도 상당하다. 첫째, 알파벳,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자본 지출을 점차 통제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둘째,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국에서 필요한 반도체를 자체 조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고,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D램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셋째, 한국 경제 내부적으로 보아도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들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지도 않고, 지역경제는 황망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에 분명 거대한 기회가 왔다. 이 기회가 단기간 안에 끝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다. 파티할 때도 취해있을 때도 아니다. 오늘의 기회는 내일의 과제를 풀기 위한 준비로 삼아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soo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