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나는 ‘애플빠’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까지 애플 기기만 여섯 대다. 애플 생태계 안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기계적인 성능만 따지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감성이었다. 매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마감, 기기 간 연동, 별도 설정이 필요 없는 직관성이 좋았다.

감성의 정체는 기다림이었다. 솔직히 말해보자. 애플 제품은 어느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MP3 플레이어도, 스마트폰도, 태블릿도 다른 브랜드가 먼저 내놨다. 애플은 늦게 진입해 최고가 됐다. 먼저 만든 쪽이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수도 있다. 애플은 커튼 뒤에서 준비했다. 완성도는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자 신뢰가 됐다.

이번엔 달랐다.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가 출시되자마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구매 후 몇 시간 만에 내부 디스플레이가 파손됐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문제는 파손 위치였다. 균열이 같은 자리에 생겼다. 설계 결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힌지 설계는 애플이 맡았다.

애플은 출시 사흘 만에 해당 문제를 인정했다. 애플케어를 통해 교체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인도,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업체와 인플루언서는 힌지 중앙 지지대가 접을 때 제대로 수축하지 않거나 부러져 화면 특정 부위에 압력이 집중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교체를 약속했지만, 초기 물량이 부족해 기다려도 기약이 없다. 300만원 넘게 주고 산 제품을 고이 모셔야 할 판이다. 접거나 펼친 상태에 맞는 앱 화면 최적화가 부족해 폴더블폰의 장점도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펼쳐도 쓸모가 늘지 않는다면 접을 이유가 사라진다.

애플은 삼성보다 한참 뒤에 접는 제품을 내놨다. 삼성은 첫 폴더블폰을 내놓기 직전 리뷰용 제품에서 결함이 나오자 출시를 미뤘다. 구조를 보강해 몇 달 뒤 다시 내놨다. 그 결정이 이후 시리즈의 밑바탕이 됐다. 애플은 지켜볼 시간이 충분했다. 시간만큼의 완성도를 담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처음도 아니다. 초기 아이폰은 특정 부위를 쥐면 수신율이 떨어졌다. 애플은 범퍼 케이스를 무료로 뿌렸다. 화면을 키운 모델은 주머니에 넣었다가 기기가 휘었다는 제보가 나왔다. 맥북의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먼지 한 톨에 키가 먹통이 됐다. 모두 애플이 자신했던 영역이었다.

가장 뼈아팠던 건 배터리 문제였다.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낮추면서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외부 분석으로 드러난 뒤에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소송이 이어졌다. 브랜드 충성도를 지탱하는 건 성능이 아니라 신뢰다.

감성이 무의미해졌다는 말은 아니다. 접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기술 자체에 반응했다. 2G 피처폰 시절처럼 폴더블폰을 꾸미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새로움은 소진된 지 오래다. 화면을 접는 건 이제 기술이 아닌 전제가 됐다.

결함 앞에서 생태계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완성도에는 흠이 없어야 한다. 애플의 감성은 늦게 나오는 대신 완성해서 내놓는다는 약속이었다. 이번엔 늦게 나왔는데 완성마저 안 됐다. 기다리는 쪽은 소비자가 됐다. 이번에도 변화가 없다면 10여년의 신뢰마저 접힐지 모른다.

정찬수 소비자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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