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일단 숨을 고른 것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시행한 통화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 압도적인 공감대가 있다”며 “그러나 아직 확고한 결론은 없다”고 했다. 긴축의 효과를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고, 뉴욕증시는 안도감 속에 상승했다.
이번 결정에서 주목할 대목은 찬성 10명, 반대 2명이라는 표결 결과다. 리사 쿡 연준 이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주장했다. 미국의 물가와 경기 상황을 보면 추가 인상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린 데다, 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에 반영되면 물가 압력이 다른 부문으로 번질 수 있다.
물가 불안에도 미국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준은 경제활동 평가를 지난 9월의 ‘견조한(solid) 확장’에서 ‘강한(strong) 확장’으로 상향 조정했다. 워시 의장은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1.8%에서 2.4%로 높아졌으며, 3분기 성장률도 소비 호조에 힘입어 3%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 투자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4.2%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워시 의장은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금리 인상 확률은 약 83%였고,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경제전문가 100명도 모두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향후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약세와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고, 수입 물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뛰면서 물가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강한 성장세에 소비와 고용까지 뒷받침되고 있지만, 한국은 수출 호조에도 내수 회복이 더디고 고용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고,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경기 회복마저 더뎌질 우려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물가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고금리가 길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돈을 풀 게 아니라 경제 기초체력을 높이는데 더 힘을 써야 한다. 반도체 수출 증가의 과실이 협력업체와 서비스업,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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