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중소 제조기업 AI 도입률 1→10%
제조 로봇 1000곳 보급…스마트 제조 전문기업 500곳 육성
제조데이터 자산화·AI 플랫폼 구축 추진
정부 “국가 AI 기술 성과, 중소기업 현장으로 확산”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 제조혁신에 5조원 이상의 국가자원을 투입한다.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중소 제조기업을 현재 600곳에서 6000곳으로 10배 늘리고, 제조 로봇 보급과 전문기업 육성을 통해 중소 제조 현장의 생산방식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9일 충남 천안 종근당에서 열린 제16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 제조 피지컬 AI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기존 스마트공장 보급 중심의 제조혁신 정책을 데이터·AI·로봇이 결합한 자율 제조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의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로봇 등 물리적 장치를 직접 움직이는 기술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DX), AI 전환(AX), 로봇 전환(RX)을 연계한 ‘3X 전략’을 추진한다. 2030년까지 중소 제조기업의 디지털 전환율을 현재 30%에서 50%로, AI 도입률은 1%에서 10%로 높일 계획이다. 기업 수로는 디지털 전환 1만8000곳에서 3만곳, AI 도입 600곳에서 6000곳으로 확대하는 목표다.
정부가 중소 제조업의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생산공정 최적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AI 도입·활용 애로사항으로 자금 부족(35.6%)이 가장 많이 꼽혔다. 전문 인력 부족(33.4%), 기술·인프라 부족(33.2%) 등도 주요 걸림돌이었다.
정부는 우선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에 맞춰 AI 도입을 지원한다. 기초 단계 기업에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한 데이터 확보를 지원하고, 역량을 갖춘 기업에는 공정 특화 AI와 자율형 공장 도입을 확대한다.
특히 제조 로봇 보급을 통해 피지컬 AI 도입 기반을 마련한다. 2030년까지 중소 제조기업 약 1000곳에 다관절로봇과 협동 로봇, 물류 로봇 등을 보급할 계획이다. 로봇 엔지니어링과 안전 컨설팅, 자동화 시스템 구축도 함께 지원한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제조 로봇 보급 사업과 관련해 기업당 2억5000만원 수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현장 수요가 많은 다관절로봇 등을 중심으로 실증을 확대해 로봇 도입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로봇 설치를 넘어 실제 생산공정에 AI를 적용하는 실증사업도 추진한다. K-푸드와 K-뷰티 등 수작업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작업자의 숙련 기술을 데이터로 축적해 AI 로봇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주조·금형 등 고열과 분진에 노출되는 위험공정에는 로봇과 안전장치를 도입해 작업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이렇게 검증된 기술을 개별 공장에 통합한 ‘스마트 로보팩토리’도 구축한다. 장비와 공정, 공장 전체를 연결해 AI가 생산 상황을 판단하고 로봇이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 제조 모델을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로봇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중국산 로봇 등 해외 제품의 국내 시장 진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산 로봇의 현장 적용과 실증을 지원해 기술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중기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국가 피지컬 AI 프로젝트의 성과도 중소기업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의 ‘모두의 AI 공장장’과 산업부의 제조 AI 기술 등을 중소기업의 업종과 공정에 맞게 적용한다.
박 실장은 브리핑에서 부처별 역할과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원천기술과 AI 모델 개발, 산업부는 업종별 앵커기업과 협력사 중심의 확산을 맡고, 중기부는 중소 제조기업 전반으로 기술을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도 육성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수 스마트제조 전문기업 500곳을 확보할 계획이다. 로봇·장비 등 자동화 기술부터 센서·네트워크, 제조 정보시스템, AI 기술까지 분야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과 실증,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정부는 기술 역량이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전문기업 지정제도를 도입하고, 올해 100개 사를 시범 지정한 뒤 2030년까지 500개 사를 육성할 계획이다.
제조데이터 활용 체계도 개편한다. 그동안 기업과 장비마다 데이터 형식이 달라 AI 학습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제조데이터의 표준화와 관계 구조화 작업을 추진하고,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기업 자산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특히 정부 지원사업에서 제조데이터를 현물로 인정해 기업의 현금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기존 인공지능제조플랫폼(KAMP)은 ‘제조AI 24’로 고도화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모델을 개발한 뒤 생산 현장에 다시 적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제조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비밀과 기술정보 보호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박 실장은 브리핑에서 “제조데이터의 소유권은 해당 제조기업에 있으며, AI 모델 개발에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기업의 동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관건은 국가 차원의 AI 기술개발 성과가 실제 중소 제조기업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투자 여력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만큼 로봇과 AI 기술의 성능 검증뿐 아니라 도입 이후 유지·관리까지 뒷받침하는 지원체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AI 인프라와 전문 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역 제조 AI 데이터센터와 실증시설을 연계해 비수도권 기업의 AI 활용을 지원한다. 대전·광주·대구·울산의 4대 과학기술원을 활용한 특화 교육과 현장 인턴십도 확대한다.
이소영 중기부 장관은 “AI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나라 경제·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제조 AI 혁신이 대한민국 피지컬 AI 선도국가 도약의 핵심”이라며 “데이터·AI·로봇 전환을 연계·융합해 중소기업이 생산방식을 혁신하고 기술 역량을 높여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