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
연체 5년 추심 금지, 15년 소각 원칙
이억원 “금융권 인식 ‘회수’→‘채무자 재기’ 전환”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한 사회 취약계층의 소액 채권이 연체 후 15년이 지나면 재산도피·은닉, 채무조정·회생 등 특정 사유를 제외하고 채무자 신청 없이도 연체액과 무관하게 소각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정리되는 규모는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연체 후 5년이 지나면 추심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1차로 소멸시효가 도래한 4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일괄 정리된다.
28일 서울시 서초구 소재 캠코양재타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1년은 개인 채무자 보호와 연체채권 관리에 있어 획기적인구조적 전환을 이룬 시기이며, 무엇보다 금융권의 인식이 ‘회수’에서 ‘채무자 재기’를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며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마중물 삼아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남은 정책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개선 방안 발표
앞으로 연체 후 5년이 경과해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한 채권의 경우 별도의 상환 능력 평가를 거쳐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소멸시효를 완성해야 한다. 소멸시효 완성이란 채권 잔액이 있더라도 채권에 대해 추심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실상 부채를 없애는 조치다.
일단 금융당국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연금수급자, 생계지원금을 수급 중인 국가유공자의 경우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소멸시효를 완성한다. 이에 더해 회수 실익이 없는 500만원 이하 채권도 소멸시효를 완성하기로 했다.
연체 후 15년이 경과해 2차 소멸시효과 도래한 경우도 채무조정이 진행 중이거나 재산 은닉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시효 완성’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금융당국은 새도약기금 매각 대상은 아니지만 1차 소멸시효가 도과한 연체 5년 이상 7년 이하, 5000만원 이하의 부실채권 4000억원을 일괄 정리하기로 했다. 15년 이상 장기연체 부실채권 4조9000억원도 같은 원칙에 따라 소각한다.
금융당국은 또 기관마다 달랐던 부실채권 관리기준을 통일하고 금융공공기관 상각채권의 캠코 일원화 관리를 강화한다.
일부 공공기관은 부실채권의 추심을 민간 채권회사에 위탁하고 있으나,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균형있는 추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는 건전한 관리·감독 체계를 갖춘 ‘채무자보호 우수 채권추심회사)에 업무를 위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또 금융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과 채권정리에 나설 수 있도록 경영성과지표를 개선해 나가고, 면책근거도 마련하여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예정이다. 올 4분기 내규 개정을 마친 곳부터 시행한다.
코로나 경영난 자영업자 특별 채무조정
민간 채무조정 방안도 담겼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확산기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특별 채무조정을 실시한다.
2023년 6월 이전부터 연체되거나 1억원 미만의 연체 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한편, 성실상환을 위한 유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기업은행은 소상공인·중소기업 및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30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희망On-IBK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 진입하고, 신용을 회복하여 정상 금융거래 고객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연계 지원하는 취지다.
중·저신용자의 금융비용 부담 경감 차원에서 최대 2000만원을 10년간 연 4.9%의 단일 고정금리로 지원하는 ‘착한금리 포용금융 대출’을 총 1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또 IBK미소금융재단에 최대 1000억원 추가 출연하여 청년·지방·미래준비 고객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한다. 폐업 또는 실직 후 새로운 경제활동을 준비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IBK미래준비대출’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포용금융은 이재명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오던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불법사금융의 근절을 강조하면서도 서민들의 ‘자금난’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난 (금리) 30%라도 빌려야겠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우리가 제도적으로 (불법사금융을) 봉쇄하고 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