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문연, 최신 우주 관측자료 분석, 암흑에너지 복잡한 변화 없이 설명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암흑에너지’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암흑에너지가 아닌 ‘암흑물질’의 성질을 바꾸면 최근 우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진화연구센터 샤피엘루 알만 책임연구원과 장준첸 박사 연구팀이 암흑물질에 미세한 압력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통해 최근 우주 팽창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 새로운 우주론 모형을 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우주의 약 95%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 않아 직접 관측하기 어렵지만 중력으로 은하의 움직임과 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최근 천문학계에서는 우주 팽창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의 관측 결과가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흐르면서 약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기존 표준 우주론은 암흑에너지가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최신 관측 결과를 설명하려면 암흑에너지의 성질이 복잡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모형에서는 암흑에너지의 압력과 에너지 밀도의 비율이 -1인 ‘팬텀 경계’를 넘어야 하는데, 이는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까다로운 문제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흑물질의 성질에 주목했다.
기존 우주론에서는 암흑물질이 압력이 없는 일반적인 물질처럼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우주가 팽창하면 암흑물질의 밀도도 보통 물질과 같은 방식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가정에서 벗어나 암흑물질이 아주 작은 압력을 가질 가능성을 분석했다.
이를 위해 DESI의 은하·퀘이사 관측자료와 암흑에너지탐사(DES)의 5년간 초신성 관측자료, 초기 우주의 정보를 담은 우주배경복사(CMB)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암흑물질에 미세한 압력이 존재해 우주 팽창 과정에서 밀도가 일반 물질보다 조금 더 빠르게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최근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흑에너지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팬텀 경계를 넘지 않고도 관측자료와 부합하는 모형을 구현했다. 초기 우주와 현재 우주에서 추정한 암흑물질의 양이 미묘하게 차이 나는 현상도 설명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새로운 모형은 암흑에너지의 복잡한 변화를 가정한 기존 모형보다 관측자료를 다소 더 잘 설명했다. 다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어서 어느 모형이 실제 우주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우주 팽창의 원인을 암흑에너지의 변화만으로 설명하려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암흑물질의 물리적 성질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진호 천문연 우주진화연구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우주 팽창의 역사를 통해 암흑물질의 성질을 역으로 추적한 것”이라며 “입자 검출 실험과 우주론적 관측이 함께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내년부터 관측·시뮬레이션·이론을 결합한 암흑물질 연구 프로젝트 ‘K-코스모스(K-COSMOS)’를 통해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