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관광 예산 19% 증액 편성
수도권 편중 깨고 지역관광 집중
지방공항 5곳 중심 관광권역 구축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썼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넘어 3000만·4000만 명 시대를 열기 위해 2027년 관광 예산을 올해보다 19% 늘리는 한편, ‘서울·수도권’ 위주에서 ‘지역관광’ 중심으로 관광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등 총력전에 나선다.
다만 입국자 수 확대에 걸맞은 체류 일수, 1인당 소비액, 재방문율 등 질적 성장 지표를 끌어올리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서울 아트코리아랩에서 관광 분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한국관광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정부는 향후 방한 외래객 3000만 명 시대를 이끌고 4000만 명 시대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할 2027년 관광 분야 정부 예산안은 올해(1조4751억 원)보다 19% 늘어난 1조7562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날 정부가 제시한 정책의 중심축은 ‘지역관광 활성화’다. 방한객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쏠리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공항·숙박·교통·결제 등 관광 수용태세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다.
대표 사업은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이다. 김해·대구·청주·무안·양양 등 5개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관광 동선을 개발하고, 입국부터 지역 이동과 소비까지 연결한다. 내년 정부안 기준 범부처 협업·연계 사업에 약 41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고 규제 특례와 인공지능 실증도 추진한다.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사업에는 국비 659억 원과 지방비 276억 원을 합쳐 총 93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공동 브랜드 구축·해외 홍보 180억 원, 지방공항 연계 유치·크루즈 기항지 관광 활성화 143억 원, 교통·결제 편의 개선 149억 원, 특화 관광콘텐츠 발굴·한류 관광 활성화 187억 원으로 구성된다.
지역 숙박 수용태세도 보완한다. 숙박 정보 통합 플랫폼 구축에 16억 원, 숙박업 품질 평가와 컨설팅에 40억 원을 편성했다.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해 지역 대형 호텔 건립을 위한 융자 1523억 원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인의 일상 문화를 경험하려는 수요에 맞춰 지역 ‘케이-라이프스타일’ 콘텐츠도 확충한다. 전통시장 관광 활성화에 72억 원, 음식거리와 문화관광을 잇는 ‘케이-푸드로드’에 25억 원, 케이팝 공연과 드라마 촬영지를 활용한 관광에 58억 원을 편성했다.
관건은 방문객 증가를 지역 숙박과 소비로 연결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제출자료를 인용한 국정감사 보도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 일수는 2023년 7.8일에서 2025년 6.5일로 줄었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숙박비 지출은 17.8%, 음식점 지출은 16.9% 감소했다.
방한 시장의 성장세가 특정 권역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점도 점검할 대목이다. 올해 1~9월 전체 방한객 1711만477명 가운데 중화권 관광객은 792만4120명으로 전체의 46.3%를 차지했다. 일본과 구미주 등 다른 시장에서도 방한객이 늘어났지만, 중화권의 성장 기여도가 특히 커서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
현장 불편 해소도 과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국인 관광 불편 신고는 2057건으로 지난해 연간 1593건을 넘어섰다. 신고는 숙박, 쇼핑, 택시, 공항 및 항공, 음식점 순으로 많았다.
고부가가치 분야의 지역 편중도 뚜렷하다. 2025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에서 서울의 비중은 87.2%, 수도권 전체 비중은 91.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양적 팽창에 가려진 체류·소비 기반과 현장 수용태세를 개선해야 진정한 3000만 명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적한 과제 해결은 물론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의 근본적인 전환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공공 조직과 지원 시스템은 어느 정도 정비됐지만, 민간 관광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저가 단체 관광을 대량 유치하던 구시대적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고, AI 등 혁신 기술이 관광 콘텐츠에 접목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관광 R&D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급감한 관광 전문 인력도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terr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