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수명이 지나 가동을 멈춘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의 운영 기간이 10년 연장됐다. 두 원전은 재가동 준비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다시 전력 생산에 투입된다. 두 원전의 발전 출력은 총 2050㎿로, 지난해 11월 가동 연장이 허가된 고리 2호기의 약 3배에 달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형 원전 2기가 다시 전력 공급에 투입되는 것은 다행이다. 한빛 1·2호기 등 가동연장을 기다리고 있는 7기의 원전에도 전향적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이번 결정은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 2025년 고리 2호기에 이은 네 번째, 이재명 정부에선 두 번째 계속운전 허가 사례다. 원전은 초기 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기존 원전은 설계수명 동안 투자비 회수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다.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계속운전은 경제성이 매우 높은 선택이다. 원전 계속운전이 세계적인 추세인 배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가동 원전 438기 중 240기(55%)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 중 213기가 실제 가동 중이다. 우리는 용인·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전국 AI 데이터센터 조성으로 향후 필요한 전력 수요가 30GW(기가와트)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는 1.4GW급 대형원전 약 18~21기의 설비용량에 해당한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과 10년 안팎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계속운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원전 주요 국가들은 기존 원전의 가동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원전의 최초 운영 허가 기간을 최대 40년으로 정하고, 이후 20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계속운전 허가가 10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그 마저도 설계수명 만료 시점부터 10년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심사 기간과 재가동 준비까지 감안하면 7~8년 더 가동할 수 있을 뿐이다. 국내 원전 26기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계속운전을 신청한 원전은 10기다. 지난해 고리 2호기에 이어 이번 고리 3·4호기까지 허가를 받으면서 나머지 7기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 절차가 남았다. 전체 원전 생산량의 약 30%를 이들이 담당한다. 계속운전 기간을 미국이나 일본(20년)처럼 늘리거나, 연장 기준일을 만료일이 아닌 재가동 시점으로 바꾸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의 원전 인허가 제도는 시장의 흐름보다 규제의 관성에 더 치우친 구조다. 고리 3·4호기만해도 안전성 심사를 포함해 재가동하기까지 4년이 소요됐다. 이런 속도로는 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원전이 AI시대 클린에너지 총아로 부상하는 시대에 걸맞은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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