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심 원전정책 속 해체산업 육성 동력 약화

산업계 연계·기술 실증 지원 과제

월성원전 4호기(왼쪽 첫 번째) 모습.[월성원자력본부 제공]
월성원전 4호기(왼쪽 첫 번째) 모습.[월성원자력본부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55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을 선점할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온 국내 원전해체산업이 현 정부 들어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해체 업무가 정부 조직개편으로 산업통상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 가운데 해체 기술을 축적할 핵심 연구시설은 완공되고도 공식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의 경주 분원인 중수로해체기술원은 지난 6월 건물을 완공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식 준공식이나 출범식을 열지 못했다.

중수로해체기술원은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 1호기의 해체에 대비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가동을 시작해 2019년 영구 정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4월 17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통해 원전해체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국내 원전 12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설계·건설·운영 등 선행주기에 집중된 국내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후행주기로 확대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 규모를 약 549조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과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 등이 주요 정책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원전해체산업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과 중수로해체기술원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전력기술 등 관련 공공기관의 출연금 1934억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1289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 사업과 장비 구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운영비는 준공 이후 5년간 연평균 208억원으로 책정됐다. 연구시설이 초기 운영 단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소 운영협의회를 통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과 중수로해체기술원 모두 인력과 예산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해체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던 이전 정부에서 관련 육성 방안이 여러 차례 발표됐지만 현재는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특히 소관 업무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 이후 관련 예산과 추진체계, 사업 실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해체산업은 원전 건설과 마찬가지로 기술 실증과 전문 인력 양성 기반을 갖추면 국내 수요를 넘어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하다”며 “정부와 한수원, 지방자치단체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