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완전 무인 자율운항 핵심기술 확보…해양사고 인명피해 30% 감축
광양항에 AI 항만 시험시설 구축…2035년까지 항만 생산성 30% 향상
스마트양식 보급률 3.7%→10%…불법어업 감시·해양쓰레기 수거도 AI로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선원 없이 스스로 바다를 항해하는 배, 인공지능(AI)이 컨테이너를 옮기는 항만, 수산물 생산과 유통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양식장. 앞으로 국내 바다와 항만에서 펼쳐질 모습이다. 정부가 선박 운항부터 항만 하역, 수산물 생산, 해양환경 관리까지 AI를 도입한다. 2032년까지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2035년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수주 1위에 도전한다.
해양수산부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양수산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발표했다. 해운·해사, 항만·물류, 수산, 해양 등 4개 분야의 AI 혁신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5대 전략, 15개 핵심과제를 추진한다.
이번 전략은 기후변화와 해양재해 심화, 어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 글로벌 물류 경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AI를 단순한 정보 분석 도구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로 활용해 산업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바다 위 선박이다. 해수부는 산업통상부와 함께 2032년까지 선원이 탑승하지 않아도 운항할 수 있는 완전 무인(Level 4) 자율운항선박의 핵심기술을 개발한다. 국내외 실제 해역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한 뒤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5년 2000억달러 규모로 전망되는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에서 수주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선박 운항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조선·해운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AI는 선박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도 맡는다. 실시간 운항정보와 해역 상황을 분석해 위험을 미리 알려주고 소형선박의 운항 위험 판단과 대응을 지원한다. 전국 해역에서 위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차세대 상황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해양사고 인명피해를 30% 줄일 계획이다.
북극항로에서도 AI 활용을 확대한다. 북극항로에서 확보한 실측자료를 분석해 선사와 화주가 운항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국제 해상 공급망의 위험을 조기에 파악해 물류 차질에 대응하는 기능도 강화한다.
항만에서는 AI가 직접 장비를 움직이는 기술이 도입된다. 핵심은 ‘피지컬 AI’다. 인공지능이 로봇이나 장비에 탑재돼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한 뒤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옮기는 하역·이송 장비에 적용해 항만 작업의 자동화 수준을 높인다.
해수부는 2029년까지 광양항에 자동화 항만 시험시설을 구축한다. 이곳에서 피지컬 AI 기반 하역·이송 기술을 검증하고 부산항 진해신항 등 주요 항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항만 운영에는 일종의 ‘디지털 작업반장’ 역할을 하는 에이전틱 AI도 도입한다. AI가 항만의 작업 상황을 분석하고 여러 장비의 움직임을 조정해 전체 작업 흐름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장비마다 일일이 작업을 지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작업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관리 플랫폼도 구축한다. 부산항 통합 정보 플랫폼인 ‘Port-i’를 고도화해 해상과 항만, 내륙 운송정보를 연결한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을 통해 2035년까지 항만 생산성을 30% 높이고 자동화 항만 기술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검토한다.
양식장에도 AI가 들어간다. 해수부는 스마트수산업 혁신 선도지구를 중심으로 AI 기반 양식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별 특화 품종에 맞는 기술을 보급한다. 현재 3.7%인 전국 스마트양식장 보급률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산자원과 어획량도 데이터로 관리한다. AI를 활용해 불법어업을 감시하고 조업 안전을 지원한다. 수산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관리체계를 고도화해 국제 규제 강화에도 대응한다.
수산물 가격과 수급 관리에도 AI를 활용한다. 생산과 유통 상황을 분석해 수급 변화를 예측하고 공급 불안이 발생하면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수산물 가공공장에는 피지컬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개발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인다.
바다를 감시하고 해양환경을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AI로 해양 활동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찾아내고 관계기관이 정보를 공유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수온과 염분 등 해양 데이터의 품질을 높여 기후변화와 해양개발에 따른 해양환경·생태계 변화를 정밀하게 예측한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자동으로 탐지·수거하는 기술도 도입한다. 공유수면의 불법 이용 감시와 인허가 업무에도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런 기술이 현장에 정착하도록 산업 기반도 마련한다. 해양수산 데이터를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정비하고 데이터 이용 기준과 책임을 명확히 한다. 관련 기업의 AI 제품·서비스 상용화와 전문인력 양성도 지원한다.
해수부 내부 행정에도 AI 활용을 확대한다.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고 업무 환경을 개선해 행정 효율과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과 AI 항만은 아직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이 필요한 단계다. 실제 해역과 항만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 확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AI는 해양수산업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핵심 동력”이라며 “자율운항선박 등 경쟁력 있는 기술로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피지컬 AI 항만을 통해 해상물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해양수산업이 AI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해양 안전과 환경 관리에도 AI를 적극 활용해 혁신의 성과를 해양수산 전반으로 확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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