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제도 유예, 유력 검토
과세 세부 기준 마련 필요, 국내·외 형평성, 과세 시스템 등 종합적 검토 필요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디지털자산 과세 제도를 추가로 유예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제도 시행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정부는 국내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직접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등 제도적 준비 수준을 둘러싼 막판 검토가 본격화 하는 모습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디지털자산 과세 관련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권대영 재경부 1차관이 주재한 이번 간담회에는 금융위원회와 국내 5대 거래소, DAXA(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학계·법조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권 차관은 시장 변화와 거래 특성을 고려한 과세제도 설계·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세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과세 기준 마련과 과세자료 제출 시스템 구축·검증을 위한 준비 기간,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의 형평성 확보 등을 요청했다.
정부가 의견을 청취하고 가상자산 과세 제도의 추가 유예를 유력하게 검토한데는 안정적인 과세를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디지털자산 과세제도는 2020년 도입된 이후 세 차례 시행이 연기됐다. 그 사이 시장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스테이킹과 DeFi(탈중앙화금융), 파생상품 등 거래 방식이 다양해졌지만 거래 유형별 소득 분류와 과세 시점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은 여전히 정비 과제로 남아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국내외 거래 간 과세 형평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소의 거래내역은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통한 거래는 실제 소득과 취득가액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국제 거래정보 교환 역시 한국은 2027년, 싱가포르와 홍콩은 2028년, 미국은 2029년으로 예정돼 있어 주요 해외 시장의 거래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채 과세가 시행되면 성실 납세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과세 시스템의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거래 유형별 소득 산정 기준과 자료 제공 범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으면 과세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센 점이 고려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디지털자산 과세 폐지와 유예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각각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자 약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2%가 2027년 과세 시행은 이르다고 평가했다. 85.1%는 과세보다 투자자 보호체계 구축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도 과세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변화한 시장 환경과 제도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정부 간담회에 참석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의 과세 사례를 소개하며 “합리적인 과세 제도의 시행과 안착을 위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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