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주 의견 수용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결정”

솔리다임 프리 IPO 작업도 중단

“기업가치 훼손” 우려 여론 속 선회

성장 위한 투자 재원 마련 과제로

SK하이닉스가 중복상장 논란을 빚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 철회를 결정하고 해당 내용을 23일 오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상장과 함께 추진되던 솔리다임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 작업도 중단됐다. ▶관련기사 3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은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자본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프리 IPO 및 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해 출범시킨 회사다. SK하이닉스는 올 1월 기존 미국 솔리다임 법인을 ‘AI컴퍼니’로 바꾸고, 낸드플래시 사업은 그 산하에 신설하는 자회사 솔리다임으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IPO를 통해 솔리다임이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가치는 최대 1000억달러(약 136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주주들의 강한 반발 속에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지면서 상장 작업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뉴스룸을 통해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은 프리 IPO 및 IPO 추진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 상장 철회는 지난 19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저희도 하고 있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나온 결정이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그동안 중복상장 논란을 빚었다.

주주들은 솔리다임이 상장할 경우 중복상장으로 인해 모회사인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떨어져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장까지 직접 나서 상장에 사실상 제동을 거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SK하이닉스로선 상장 작업을 강행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주주보호를 위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충실의무를 충족한 경우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지난 8월 3일부터 시행 중이다.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중복상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상장 철회로 향후 솔리다임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 등을 검토해 솔리다임 성장과 기존 주주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전장 대비 2.33% 하락한 120만4000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축소해 오전 10시5분 기준 전장대비 0.86% 상승전환하는 등 강보합 흐름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국내 증시는 2% 가까이 하락세를 기록한 데에 비하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이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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