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담배규제 역사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진다.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배제품 465개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담뱃갑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유해성분 정보는 사실상 니코틴과 타르 수치뿐이었다. 그마저도 담배회사가 제공한 값이었다. 이제 정부가 검사 결과를 검토해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의 44개 성분, 액상형 전자담배 액상의 20개 성분에 관한 정보를 국민 앞에 내놓는다. 그동안 담배업계에 의존하거나 확보하기 어려웠던 정보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공개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이다.

담배제품에 따라 공개되는 정보 즉, 유해물질의 검출여부와 검출량에는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이 부분을 해석할 때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유해성분 검출량이 적다고 해서 그 제품이 덜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다양한 유해물질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서 발생한다. 담배 연기에는 7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분석한 성분은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정 성분의 수치만으로 담배의 위해성을 판단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

제품 유형 간 단순 비교도 경계해야 한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배출물을 측정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배출물이 아닌 액상 자체를 측정했다. 검사 대상과 측정 단위가 다른 만큼 유해성분 수치를 나란히 놓고 어느 제품이 덜 해로울지 순위를 매겨서는 안된다.

타르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타르는 특정 독성물질의 이름이 아니라 담배 연기의 입자상 물질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통칭하는 측정값이다. 이번 검사 결과와 기존 담뱃갑 표시 수치의 차이에는 필터 환기구 차단 여부 등 측정 방식의 차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해성분 정보가 공개되면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을까. 낙관하기는 어렵다. 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 자체로 금연을 이끌어내는 정책은 아니다. 일부 흡연자는 금연을 선택하기보다 덜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여러 담배제품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자칫 유해성분 정보 공개가 특정 제품으로의 이동을 부추긴다면 정책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무엇보다 유해성분 공개는 혼자서는 외롭다. 유해성분 수치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흡연율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효과가 입증된 담배규제정책들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2015년 이후 10년 넘게 사실상 동결된 담뱃세는 물가와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서도 금연을 유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편의점 내 담배 진열과 광고 등 담배 마케팅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가향 담배도 퇴출해야 한다. 유해성분 공개라는 새로운 문이 열린 지금이야말로 멈춰 있던 담배규제정책을 다시 추진할 때다.

정부의 소통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담배는 해롭다’는 원칙적인 메시지를 반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원칙을 지키면서도 제품별 검사 결과와 측정 방식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고, 흡연자가 제품별로 가질 수 있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세밀하고 전략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이번 유해성분 공개가 ‘최초’라는 기록에 머물지 않고, 그동안 멈춰 있던 담배규제정책을 다시 움직이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흡연자에게 필요한 것은 ‘덜 해로워 보이는 담배’가 아니라, 담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과 환경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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