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끝난 다음 날 아침, 대표는 평소처럼 출근했다. 회사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거래처는 여전히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직원들은 그의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2년간 회사에 남아 새 주인과 함께 회사를 키우기로 약속한 터였다.

매각 협상에서 창업주의 관심은 대개 거래 종결 시점에 집중된다. 매각 대금을 얼마에, 언제 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중소기업 매각 계약에는 거래 종결 이후의 관계를 규정하는 조항들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잔류, 언아웃, 경업금지다. 낯설게 들리지만 각 조항의 취지를 이해하고 미리 설계한다면 창업주에게도 이로운 장치가 된다.

먼저 잔류다. 중소기업의 거래처와 기술, 직원들이 쌓아온 신뢰는 상당 부분 창업주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주인이 바뀌자마자 대표가 떠나면 그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인수자가 ‘기존 경영진 잔류’를 인수 조건으로 내걸거나, 언아웃과 스톡옵션 등을 활용해 창업주와 핵심 인력을 붙잡으려는 이유다. 인수자가 지키려는 것은 창업주 개인이 아니라 인수한 회사의 사업 연속성이다.

여기서 창업주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뀐 뒤에는 이사회 구성도 달라질 수 있고, 대표이사 역시 이사회 결의에 따라 교체될 수 있다. 따라서 잔류 약속은 ‘○년간 대표이사로 근무한다’는 문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역할과 권한은 물론, 중도 퇴임 시 처리 조건까지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아웃은 매각 대금의 일부를 거래 종결 이후 실적에 따라 지급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300억원 가운데 200억원은 거래 종결 시점에 받고, 나머지 100억원은 향후 2년간 정해진 실적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받는 방식이다.

인수자가 언아웃을 제안하는 것은 창업주를 의심해서라기보다는 양측이 가진 정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다. 회사의 미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창업주이고, 인수자는 그 전망을 온전히 검증하기 어렵다. 언아웃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양측이 분담하는 장치다. 성장을 자신하는 창업주에게는 당장 합의하기 어려운 기업가치를 향후 실적으로 입증하고 추가 대금을 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관건은 실적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매출은 수익성이 낮은 거래를 늘려서도 높일 수 있고, 영업이익은 거래 종결 이후 인수자의 비용 집행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지표를 쓰든 구체적인 계산 기준과 산정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같은 실적을 두고도 양측의 계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경업금지는 인수자가 확보한 사업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인수 가격에는 거래처와 브랜드, 노하우의 가치가 반영돼 있다. 매각 직후 창업주가 같은 시장에 다시 회사를 차리면 인수자가 대가를 지불한 사업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상법이 영업양도에 별도의 경업금지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다. 따로 약정하지 않아도 양도인은 10년간 같은 지역과 인접 지역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한다. 다만 주식양도 거래에는 해당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으므로 경업금지 의무를 별도로 계약에 정해야 한다.

이때는 금지 대상 업종과 기간, 지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기간이 과도하게 길면 법적 효력이 제한될 수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도 명확한 약정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외식 브랜드를 매각한 창업주가 식자재 유통업을 새로운 사업으로 구상하는 경우, 금지 업종을 구체적으로 정해 두면 해당 사업이 경업금지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이들 세 조항은 독립적인 조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창업주가 회사에 남는 경우 언아웃은 잔류를 유도하는 동기가 될 수 있고, 잔류와 경업금지는 매각 이후 창업주의 활동 범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각 조항을 개별적으로 협상하기보다 인수의향서 단계부터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 주요 거래 조건은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기 전에 합의할수록 유리하다. 언아웃은 지급 구조에 따라 세무상 처리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관련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

거래 종결 다음 날에도 평소처럼 출근한 대표에게 매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역할의 시작이었다. 종결 이후의 조건은 매각 대금 협상에 덧붙이는 부수적인 조항이 아니라, 창업주와 인수자가 함께 그려 나갈 미래의 설계도다. ‘얼마에 파는가’와 함께 ‘매각 이후 어떤 역할을 맡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까지 고민할 때 비로소 양측 모두가 만족할 만한 거래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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