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노벨 물리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한 프란시스 할젠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호텔에서 양손으로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며 기쁨은 만끽하고 있다. [AP]
2026년 노벨 물리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한 프란시스 할젠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호텔에서 양손으로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며 기쁨은 만끽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뉴트리노(중성미자) 관측 연구를 통해 우주현상 관찰을 위한 새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34년 만에 노벨 물리학상을 단독 수상한 벨기에의 입자물리학자 프란시스 할전(82)이 “이번 상이 연구 제안서 채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왕성하게 현역에서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상자 발표 직후 연결된 기자회견에서 “오늘 하루를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며 보낼 계획인데, 이번 상이 그 제안서가 채택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수상 소회를 밝혔다. 재치 넘치는 그의 발언에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할전은 1944년 3월 23일생으로 팔순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은 대학이나 연구소에 몸담은 과학자들이 보통 65세를 전후해 은퇴하지만, 해외 과학계에서는 정년 없이 종신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할전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할전은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해당 대학의 기본입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 남극 아문센-스콧 남극점 기지에서 2010년부터 가동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뉴트리노 검출 장치인 ‘아이스큐브 뉴트리노 관측소’(이하 아이스큐브)의 연구 책임자까지 맡고 있다.

특히 아이스큐브는 그에게 34년 만의 단독 노벨물리학상을 안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벨위원회는 할전이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구축과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할전은 1988년 남극의 거대한 얼음을 망원경으로 삼아 중성미자를 찾는다는 발상을 했다. 중성미자는 전하가 중성이고 질량도 거의 없으며 대부분 물질을 흔적 없이 통과해 소위 ‘유령 입자’로 불리는데, 이를 실제로 확인하기 어렵다보니 이 같은 독특한 방안을 구상한 것이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11년 실제로 그의 구상을 아이스큐브 완공으로 실현시켰고, 현재 아이스큐브에 수백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중성미자 연구의 밑바탕이 됐다.

아이스큐브 구상은 이전에도 그 혁신성을 높게 평가받은 바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협회가 발행하는 과학·역사 잡지인 스미소니언 매거진은 ‘뉴트리노 맨’인 할전 교수의 엉뚱한 상상력에서 탄생한 아이스큐브를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놀라운 실험”이라고 평가하면서 2014년 그에게 혁신상을 수여한 바 있다.

할전 교수는 이날 노벨상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당시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나를 포함해 실제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노벨상 수상의 가장 큰 보람은 이 프로젝트의 초창기에 저와 함께했던 정말 용기 있는 동료들에게도 영광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아이스큐브 프로젝트에 참여한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한편, 오는 2033년부터는 아이스큐브의 확장 프로젝트로 훨씬 약한 중성미자를 포함해 현재보다 10배 많은 중성미자를 검출할 수 있는 ‘2세대 아이스큐브’가 가동을 시작한다.

할전 교수는 로이터에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연구의 주요 성과는 아직 알 수 없고, 이 연구가 우주에 대해 정확히 무엇을 드러낼 수 있을지 역시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로 기대되는 것은 내가 그 질문에 아직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이것은 과학에 대한 도입부일 뿐이며, 천문학은 아직 시작되지조차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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