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주체서 통제자로…경찰과 협력이 관건
보완수사권 없어 사건처리 지연 우려커져
수사하는 검사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검찰은 78년 동안 수사와 기소를 함께 수행하는 기관으로 존재해 왔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출범하면 검사의 주된 역할은 이제 ‘수사 주체’에서 ‘수사 통제자’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수사권 없는 검사의 새로운 업무 체계가 일선에 안착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제도 개편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건 처리 지연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공소청 출범 초기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공소청법 시행과 함께 기존 검찰청법은 폐지된다. 검찰청이라는 조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검사’라는 직제 자체는 유지된다. 공소청법은 공소청과 광역공소청, 지방공소청을 두고 검사들이 이곳에 소속돼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사의 역할이다. 그간 검찰은 범죄 수사부터 기소 여부 결정, 재판에서의 공소유지까지 형사절차 전반에 관여해 왔다. 향후 공소청 소속이 되는 검사는 직접 수사에서 손을 뗀다. 지난달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규정했던 기존 검사의 수사 조항이 삭제됐다. 대신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수사에 관한 영장 청구,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 요구 등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다음 달 2일 공소청 출범과 함께 시행된다.
이에 따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더라도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없다. 필요한 경우 피의자나 사건관계인 등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사실관계 확인’은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취득한 진술·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추가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즉 검사가 수사 개시는 물론 보완수사도 할 수 없고,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불송치 사건에 대한 통제 역시 공소청 검사의 주요 업무가 될 전망이다. 검사는 경찰이 송부한 사건 기록을 검토해 불송치 결정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공소청 검사가 맡는 업무가 기소와 공판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소청법은 검사의 직무로 공소 제기 여부 결정 및 유지뿐 아니라 영장 청구,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재판 집행 지휘·감독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 수행 및 지휘·감독 등 기존 검찰이 담당해 온 비수사 업무도 상당 부분 이어 받는다.
헌법상 검사에게 부여된 영장청구권도 그대로 유지된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신청하면 공소청 검사가 이를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다.
조직 역시 직접수사 중심에서 공소·공판과 사법통제 중심으로 재편된다. 기존 검찰이 직접수사 부서를 중심으로 대형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역할까지 맡았다면, 공소청에서는 수사기관이 넘긴 사건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재판을 수행하는 기능의 비중이 커지게 됐다.
문제는 새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하느냐다. 검찰 내부를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검사가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미진한 부분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보완하지 못하고 다시 수사기관에 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사기관과의 이른바 ‘사건 핑퐁’에 대한 걱정이다.
검사와 사법경찰관 간의 협력 관계를 규율하는 수사준칙과 실무 관행이 일선에서 어떻게 자리 잡느냐에 따라 형사사법 체계 대전환에 따른 혼란의 크기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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