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XL 국내 보유 비중 30.8%

1년 5개월 새 8%포인트 급증

한달간 15억5000만달러 순매수

장기 보유 땐 ‘변동성 손실’ 주의

국내 투자자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쏠림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종의 하루 등락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속슬·SOXL)’의 국내 투자자 보유 규모가 전체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OXL이 단순한 인기 해외 ETF를 넘어 국내 투자자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의 SOXL 보유액은 애플은 물론 나스닥10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대표 ETF마저 넘어섰다. 해외주식 투자에서도 시장을 분산해 사기보다 특정 업종의 방향성에 베팅하려는 성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SOXL 보관금액은 약 64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최근 SOXL의 시가총액 규모가 약 210억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투자자의 보관액이 펀드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8% 이른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증가 속도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SOXL의 전체 규모에서 한국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2%였다. 당시에도 이미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는데, 약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 이 비중이 30% 안팎까지 높아졌다. 단순 비교하면 8%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SOXL로 쏠리는 자금은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7일까지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는 SOXL을 약 15억50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2위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매수액 약 3억4000만달러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다.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도 아니다. 집계 기간을 최근 1주일로 좁혀도, 3개월로 넓혀도 SOXL은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적어도 최근 몇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반도체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는 의미다. 지난달 31일 이후 국내 레버리지 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상향된 것도 이같은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 쏠림은 보관금액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2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SOXL 보관금액 규모는 전체 해외주식 가운데 테슬라, 엔비디아, 알파벳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나스닥100 ETF ‘인베스코 QQQ(큐큐큐·QQQ)’의 보관금액은 약 52억8000만달러, S&P500 ETF ‘뱅가드 S&P500 ETF(부·VOO)’는 약 52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애플 역시 약 47억3000만달러로 SOXL에 못 미쳤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만 놓고 보면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두고 다투는 애플이나 미국 대표지수 ETF보다 SOXL에 들어가 있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국내 투자자의 위험선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로 받아들이고 ‘변동성 손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SOXL은 반도체 지수가 일정 기간 10% 오르면 무조건 30% 수익을 주는 상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운용사 디렉시온이 밝힌 SOXL의 목표는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수수료와 비용 차감 전 기준으로 300% 추종하는 것이다. ‘하루보다 긴 기간’에는 기초지수 누적수익률의 세 배와 SOXL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 지수와 SOXL이 모두 100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할 때, 첫날 반도체 지수가 10% 하락하면 지수는 90이 된다. SOXL은 이론상 약 30% 떨어져 70이 된다. 다음 날 반도체 지수가 원래의 100으로 돌아오려면 90에서 약 11.1% 상승해야 한다. 지수는 11.1% 올라 다시 100이 된다. 그렇다면 SOXL은 이날 약 33.3% 오르게 된다. 문제는 상승의 출발점이 70인만큼, 33.3% 올라봤자 약 93.3에 그친다는 점이다.

결국 반도체 지수는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SOXL 투자금은 약 6.7%의 손실이 남는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 손실’ 또는 ‘음의 복리 효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투자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와 변동성 장세까지 겹치면서 더 강해진 것 같다”며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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