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제2의 전성기 부른 ‘효성101’

재건축 전 최지우·이휘재 등 차익남기고 매각

67억~115억원 분양가, 현재 호가는 130억원

청담동 101번지에 위치한 ‘효성청담 101’ 1차 전경. 윤성현 기자
청담동 101번지에 위치한 ‘효성청담 101’ 1차 전경. 윤성현 기자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고급빌라가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선 서울 강남구 청담동. 그중에서도 ‘효성빌라’라는 이름은 유독 자주 눈에 띈다. 1980년대 강남 고급빌라 시대를 연 상징이자, 청담동 부촌 지형을 만든 원형에 가까운 이름이다.

그 효성빌라의 계보를 가장 극적으로 이어받은 곳이 있다. 청담초등학교와 청담중학교를 마주한 한강변 언덕 위, 낡은 효성빌라 자리에 새로 들어선 ‘효성청담101’이다. 오래된 이름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주소와 기억을 단지명에 새긴 이 빌라는 멈춰있던 청담동 고급주거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신호탄이었다.

청담 고급빌라 원조 ‘효성’의 귀환, 에테르노·PH129 시대의 포문을 열다

효성빌라의 역사는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일 439만8000원에 거래를 마친 코스피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그 회사 ‘효성중공업’이 지었다.

효성중공업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청담동, 삼성동, 반포동, 방배동 일대에 28개의 효성빌라를 공급했다. 성북동, 평창동 등 강북 전통 부촌의 단독주택에 살던 자산가들이 강남으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당시 강남의 고급빌라 시장은 효성중공업을 필두로 벽산건설, 롯데건설, 우성건설, 현대건설 등이 이끌었다. 아파트가 대중적 주거의 상징이었다면, 고급빌라는 ‘아파트보다 조용하고 단독주택보다 관리가 쉬운’ 새로운 부촌의 형식이었다. 청담동 골목의 풍경도 이때부터 달라졌다.

현재 에테르노 압구정이 지어지고 있는 청담동 82-7번지와 81번지에 1982년 6월 효성 빌라 1~7동이 들어선 것이 시작이었다. 1984년 1월에는 청담근린공원과 맞닿은 자리 청담동 63번지에 효성빌라 31~33동이 들어섰다.

초기 고급빌라 시장은 수요층과 밀착한 중견 건설사들이 사실상 독점했다. 맞춤형 평면, 낮은 가구 수, 철저한 사생활 보호가 핵심 경쟁력이었다. 이후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건설사와 전문 디벨로퍼들도 다시 고급빌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양 건설부문의 라테라스, 상지건설의 카일룸, 메가마크의 마크힐스 등이 등장했다.

효성빌라 3·4·5동(청담동 81번지). [네이버 거리뷰 캡처]
효성빌라 3·4·5동(청담동 81번지). [네이버 거리뷰 캡처]

다만 2000년대 후반서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청담동 고급빌라 시장은 한동안 조용했다. 땅은 귀했고, 낡은 빌라는 많았지만 새로 지을 수 있는 부지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 공백을 깬 것이 2017년 효성빌라 101번지 재건축이었다. 당시 35년 된 효성빌라가 ‘효성청담101’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청담동 고급빌라 시장은 두 번째 전성기의 문턱에 들어섰다.

효성청담101 1차는 2017년 분양을 거쳐 2019년 준공됐다. 지하 3층~지상 7층, 2개 동, 총 35가구 규모다. A동 18가구, B동 17가구로 구성됐으며, A동에서는 한강과 남산타워 조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관 겸 파티룸, 스크린골프장, 피트니스센터 등 커뮤니티 시설도 갖췄다. 효성청담101 2차는 2021년 분양을 거쳐 2022년 완공됐다.

이후 청담동에서는 기존 부지의 노후 빌라를 허물고 다시 짓는 방식으로 에테르노 청담, PH129, 워너청담 등 새로운 브랜드를 달고 초고가 주거시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그 흐름의 출발점에 효성청담101이 있었다.

한때 대한민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3위…현재 매매 호가는 130억원

효성청담101은 준공 직후부터 압도적인 자산 가치를 숫자로 증명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효성빌라 청담101 A동 247.03㎡(이하 전용면적)는 58억3000만원을 기록하며 전국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1년 뒤 순위는 더 가파르게 뛰었다.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같은 주택은 70억6400만원으로 평가됐다. 전년보다 20.9% 오른 금액으로, 단숨에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3위에 올라섰다. 당시 1위는 더펜트하우스청담(현 PH129) 407.71㎡로 163억2000만원, 2위는 서초구 트라움하우스5 273.64㎡로 72억9800만원이었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매겨진 효성청담101의 가장 넓은 평형 공시가격은 71억8500만원이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 자리는 인근의 에테르노 청담(200억6000만원)이 차지하고 있다.

효성청담101 매매 매물이 130억원에 올라와 있다. [네이버 부동산 캡처]
효성청담101 매매 매물이 130억원에 올라와 있다. [네이버 부동산 캡처]

거래는 많지 않다. 가구 수 자체가 적어 매물이 시장에 자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효성청담101 1차는 현재까지 누적 총 9건, 2차는 총 2건의 거래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는 모처럼 손바뀜이 있었다. 효성청담101 1차 B동 226㎡가 지난해 5월 113억원에 거래됐고, 효성청담101 2차 216㎡도 같은 달 75억3380만원에 매매됐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 기준으로는 효성청담101 1차 B동 226㎡ 매물이 130억원에 올라와 있다. 전세 매물은 60억원에 등록돼있다.

연예인·재계 총수 일가 거주…구축 효성빌라까지 몸값 상승

법원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효성청담101의 소유자 면면도 화려하다. 1차에는 가수 유희열 씨를 비롯해 故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故 이종덕 세아제강 창업주 의 장손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회장 등이 분양을 받아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역시 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지난해 작고한 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비롯해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 등이 소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급빌라 시장의 특성상 일반적인 분양승인 절차가 아니라 임의분양 방식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사전 수요자를 확보한 뒤 분양을 진행해 소유권이 형성되고, 분양가도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이었다. 효성청담101 1차의 분양가는 평형별로 가구당 약 67억~11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강과 가까우면서도 대로변에서 한 발 비켜서 있고, 학교와 공원, 갤러리, 명품거리, 압구정 로데오 상권을 모두 생활권에 둔 입지가 수분양자들에게 강력한 흡인력으로 작용했다.

효성청담 101의 성공은 주변 노후 효성빌라의 가치까지 동반 상승시켰다. 배우 정해인 씨는 2018년 9월 44억원에, 배우 김래원 씨는 2020년 5월 37억원에 청담동 노후 효성빌라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재건축 기대감이 차익이 커지자 매각에 나선 사례도 있다. 부동산 등기부에 따르면 배우 최지우 씨는 1998년 분양받은 효성빌라 6동 복층 세대를 2023년 74억8300만원에 매각했다. 개그맨 이휘재 씨도 2000년 3월 매입한 효성빌라 2동 복층 세대를 같은 시기 약 90억2690만원에 팔았다. 두 사람이 보유했던 빌라를 사들인 곳은 에테르노 청담을 짓고 현재 해당 부지에 에테르노 압구정을 짓고 있는 부동산개발업체 넥스플랜이다.

이름에 남은 ‘효성’과 ‘101’, 주소가 브랜드가 된 집

효성청담101이 흥미로운 지점은 새 단지임에도 과거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는 데 있다. 1980년대 청담동 고급빌라 시장의 문을 열었던 효성의 이름이, 수십 년 뒤 같은 자리에서 다시 호출된 것이다. 효성이 남긴 유산을 효성이 다시 허물고 세우면서, 효성청담101은 청담 고급빌라 계보를 스스로 계승한 상징적 단지가 됐다.

당시 사업을 이끌었던 강화성 씨엠일공일 대표도 효성빌라가 지닌 시간의 무게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효성빌라는 바깥에서는 1980년대 최고급 주거지로 기억되지만, 안쪽에서는 한 가족의 삶이 30년 넘게 쌓인 생활의 터전이기도 했다”며 “실제로 입주 이후 35년 가까이 같은 집을 지킨 주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과정에서 옛 단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며 “일부 주민들이 단지명에 기존 이름과 주소를 남기자는 의견을 냈고, 이를 반영해 ‘효성’이라는 이름과 지번 ‘101’을 함께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담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청담동에 아직 남아 있는 구축 효성빌라에는 1980년대 분양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 집에서 살아온 장기 거주자들이 적지 않다”며 “시행사나 디벨로퍼가 부지를 확보해 기존 빌라를 허물고 새로 짓는다면 효성청담101이나 에테르노 청담처럼 초고가 주거시설로 재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새 브랜드를 앞세운 고급빌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효성빌라가 가진 시간의 무게와 청담동 안에서 쌓아온 상징성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