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출 도운 현직교사 1명 구속 1명 불구속 - 추가 유출 정황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 국어 문제를 유출한 유명 학원강사 이모(48) 씨와 이를 도운 현직 교사 박모(53)씨가 구속됐다. 경찰은 이씨가 이전에도 모의평가 문제를 유출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계속 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6월 2일 실시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 시험문제 내용을 유출해 강의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이 씨를 구속하고 모의평가 검토 위원으로 참여한 교사들에게 문제를 받아 이씨에게 넘긴 현직 고등학교 교사 박 씨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문제의 유형과 지문을 알려준 또다른 교사 송모(41) 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박 씨는 지난 4월 12일 저녁 경기 시흥시의 한 호프집에서 송씨를 만나 “이번에 모의 평가 검토에 들어가면 문제를 잘 기억해오라”며 “아무래도 이 씨가 잘돼야 우리도 괜찮지 않겠냐”며 문제 유출을 종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에 송씨는 사흘뒤 검토 위원으로 입소해 32개 문제가 출제된 8개 지문에 대한 정보를 기억해 5월 10일 박씨에게 구두로 전달했다. 경찰은 참고인들의 진술과 정황증거를 통해 박씨가 이 정보를 5월 1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가라오케에서 이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있다.

문제 정보를 받은 이씨는 5월 17일부터 24일에 걸쳐 비공개 현장강의 등을 통해 “문법 문제에 중세 국어 문제가 지문 형태로 나온다”거나 “비문학 지문이 3개인데 지문인 길다”는 등 관련 정보를 흘렸다.

이렇게 이씨가 유출한 출제정보는 총 12개 지문 45 문제중 8개 지문 32문제에 달했다. 다만 지문의 소재나 작품명이 유출됐고 문제 자체는 유출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

박씨와 송씨가 자발적으로 문제를 빼내 이씨에게 건넨 것은 이씨가 이들에게 문제를 출제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주기적으로 건넸기 떄문. 박씨는 2011년 경 부터 이씨에게 국어 문제를 만들어주는 대신 문항당 7~8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이렇게 의뢰받은 국어 문제 출제를 송씨를 포함한 7명의 다른 현직 교사들에게 ‘재하청’하고 이씨에게 받은 금액 중 문항 당 3~5만원을 나눠줬다. 박씨가 챙긴 액수는 2011~2016년 간 2억 6000여만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짜는 “박씨가 이씨로부터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는 점에서 경제적 종속관계로 보이며 박씨가 이씨에게 모의 평가 관련 정보를 건네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충분히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015년 9월 실시된 모의평가에서도 박씨가 “출제위원 등을 통해 정보를 알려달라”고 부탁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고 과거 총 3회에 걸쳐 출제정보 및 출제ㆍ검토 위원 명단을 알아봐 달라고 청탁한 정황을 잡고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유사한 사례가 또 있을 것으로 보고 교육부에 보안 강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