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 원두 가격, 올해 들어 80% 이상 급등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 장기간 가뭄 여파 분석

동서식품, 맥심·카누 등 제품 가격 평균 8.9% 올려

기후 변화에 커피 가격 인상 잇따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커피 제품.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생두회사마다 ‘커피지수가 사상최대치라 가격을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손님은 줄었는데, 갈수록 재료비가 올라 부담만 커지네요.”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카페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브라질, 베트남 등 원두 생산지 이상기후 여파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시중 카페 커피 가격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커피 과련 식품도 덩달아 오를 것 같다”, “가격이 올라갈 이유는 명확한데 내려갈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12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5810.22원에서 7366.67원으로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커피나 저가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도 4537원에서 5232원으로 올랐다. 로부스타 품종은 지난 9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80% 이상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44달러까지 올랐다. 1977년에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3.38달러를 넘어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기후 여파로 분석된다. 브라질에서는 올해 장기간 가뭄이 지속돼 내년 커피 수확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글로벌 커피 거래 업체인 볼카페가 최근 보고서에서 2025~2026년 브라질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불안 심리를 키웠다. 볼카페는 예상 생산량을 3440만 포대로 예측했는데, 지난 9월 전망치보다 약 100만 포대 감소한 수치다. 볼카페는 “글로벌 커피 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850만 포대가량 부족해질 것이고, 5년 연속 공급 부족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몇몇 업체는 원두 가격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터 맥심·카누 등 인스턴트커피, 커피믹스, 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지난 8월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와 원두 상품군(홀빈·VIA) 등의 가격을 올렸다.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저가 커피 브랜드도 올해 200~1000원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 커피 제품이나 커피 전문점의 추가적인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재료 상승세가 이어지면 추가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커피가공업체가 국제거래소를 통해 원두를 구매하면 제품화까지 통상 약 5개월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