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 ‘100세 시대’는 인간에게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면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 삶의 구성 요소 중 특히 중요한 ‘일’은 단순히 생계를 넘어 사회적 소속감, 성취감, 그리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사회 구조와 제도는 여전히 정년퇴직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이제는 ‘퇴직 없는 삶’을 고민하며 일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데 기존의 정년제와 퇴직 중심의 생애 설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년퇴직 후에도 30~40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 불안뿐 아니라 사회적 소외와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 증가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퇴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일과 삶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있어 교육기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규 교육 이후에도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변화하는 사회에 각 개인이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교육기관의 사명이다. 특히 기술 발전과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생애에 걸쳐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폴리텍대학은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능력을 다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다시 한번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취감과 소속감을 느낀 많은 교육사례들이 있다. 삼성물산의 초대형건설현장을 누비며 재무관리를 담당해온 나상욱(61세)씨는 58세에 희망퇴직한 뒤 폴리텍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종합병원 기계기사로 일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고, 전직 대기업 전산개발부장까지 지낸 이정균(60세)씨는 전기안전관리자로 변신해 대형쇼핑몰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미래상이다.
퇴직 없는 삶을 준비하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이제는 단순히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100세 시대에는 건강이 곧 경쟁력이다. 따라서 근로 환경 역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기업은 유연 근무제와 원격 근무를 확대하고, 개인은 업무와 개인 생활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여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폴리텍대학은 미래 세대를 위한 평생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제시하는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100세 시대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도약의 시기인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전환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기업, 교육기관, 그리고 개인이 함께 협력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모색해 보자.
이철수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