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학회 '마이데이터 제도와 유통산업 미래' 세미나서 정연승 교수 제기

“알리·테무 국내 이용자 약 800만명…마이데이터 도입 재검토해야”

김현경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 “기업의 영업 자유·재산권 침해될 수도”

“중국 알리·테무가 ‘한국 고객 정보’ 헐값에 사갈라”…마이데이터 우려 터졌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 [단국대학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유통 분야에 도입될 경우 국내 이용자의 정보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업체)에 헐값에 팔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29일 한국유통학회 주최의 '마이데이터 제도와 국내 유통산업의 미래'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이데이터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기관에 그 정보를 당사자가 원하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과 공공분야에선 이미 도입됐고, 내년 3월에 전 분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경제인협회 발표를 보면 최근 5년간 중국의 빅3 온라인 유통 사업자(알리·테무·징둥) 성장률은 41%로, 글로벌 유통 시장의 전체 성장률보다 26.4%포인트 높다"며 "한국에서 알리와 테무의 월간 이용자 수는 각각 830만명, 797만명으로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위는 전 분야 마이데이터를 통해 국내 유통사업자 고객이 구매한 상품정보는 물론이고, 회원정보, 지불정보, 배송정보, 포인트 정보까지 모두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비자의 개인정보인 동시에 국내 유통 사업자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관리하는 고유의 영업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중국은 2021년 1월 시행된 민법에서 데이터를 민법상의 사적 재산으로 인정했고, 이듬해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기준을 신설했다"며 "캐나다도 2019년에 데이터 자산 투자 규모와 보유량 등을 추정한 내용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인 흐름과는 달리 한국은 C커머스 등 해외기업이나 데이터 브로커들에게 국내 고객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헐값에 넘기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국내 유통 사업자들은 데이터 구축을 위한 투자와 사업을 축소하고, 다른 사업자가 생산한 데이터에 무임승차하는 정책만을 고수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국내 소비자들의 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국가 경쟁력은 상실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성인용품 구매 내용이나 여성의 임신 정보, 속옷 취향 등 민감 정보가 국내외의 수많은 정보 수신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유통사업자의 경쟁력 확보 ▷국내 중소 납품업체의 영업자산 보호 ▷국내 소비자의 정보 보호를 감안한다면 유통 분야 마이데이터 제도 도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유통 분야에 대해서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며 "유통 분야에 대한 마이데이터 제도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학회장인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시행 관련 7대 의문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마이데이터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이나 기관 등 개인정보처리자의 기본권은 필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영업의 자유와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재산권 등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고객 구매 정보부터 포인트 정보까지 각종 유통 정보가 전송 대상에 포함됐다"며 "이를 해외 온라인 유통 사업자에게 전송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전송되는 정보의 항목에 대한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며 "보안이 약한 기업에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전송될 경우 해킹 조직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는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최정혜 연세대 교수, 허원무 인하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