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 ‘의대생 학부모 모임’
“필요할 때만 의사 찾아…이번에 단단히 바로잡아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 중단을 결정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범의료계 특위를 구성하는 등 의정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의대생 학부모들이 장외 여론전을 펼치며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25일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인터넷 카페 ‘의대생 학부모 모임’(의학모)에는 의대생 학부모로 추정되는 회원들이 모여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이들은 의대 증원과 관련된 기사들을 공유하고 댓글을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의료계의 적극적인 투쟁을 독려했다.
댓글 중에는 일부 도를 지나친 경우도 눈에 띄었다. 의학모 회원 A씨는 “코로나라도 다시 부활했으면 하고 기원한다”며 “온 국민이 ‘의료진 덕분에’를 외쳤던 그날이 떠오른다”고 썼다. 회원 B씨는 “지금 멀쩡하니 ‘의사 면허 박탈하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아파봐야 ‘선생님 살려주세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의사를) 필요할 때만 쓰고 나중에 조롱한다. 이번에 단단히 바로잡아야 한다’ ‘할 말은 아니지만 중병이 돌아야 의사가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등의 의견이 카페에 적혀 있었다.
전날 열린 의정 갈등 관련 심포지엄을 비판하는 글도 게시됐다. 24일 오후 서울의대 비대위는 ‘사회학자가 바라본 의료 대란의 본질과 해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에 의학모 회원들은 “전공의, 의대생들을 밖으로 내몰고 앉아서 회의만 하다니 참담하다”, “툭하면 심포지엄이다. 탁상공론의 행태가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의대 교수들을 질타했다.
의학모에 쉬고 있는 의대생 자녀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의대생 학부모로 보이는 익명의 게시자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의대생 아이들 보면 진심으로 반듯하고 착하다는 걸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가 필수의료를 너무나 하고 싶어하는 데 할 수 없는 현실이 매우 슬프고 화가 난다고 하더라”고 한탄했다.
해당 글에는 “힘들게 공부하고 비싼 등록금 내며 들어간 대학인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환경이 못되니 아이들이 저항하는 것이다. 부모가 그 저항을 지지하고 힘 보태는 건 당연하다”, “실상은 모르고 의사 욕만 하는 사람이 많아 답답했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의학모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했던 지난 2월 개설됐다. 이날 오전을 기준으로 카페 회원 수는 2820명이다.
의학모 회원들은 지난 18일 의협에서 주최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도 참여해 증원 반대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집회에서 이들은 ‘의학모’라는 글자가 적힌 파란색 모자를 쓰고 무너진 대한민국 의료를 의사들이 살리겠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