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살인 피의자 “피해자를 죽여야 우리가 산다” 꼬드김에 넘어가 범행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주차관리인이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인근 40대 모텔 업주가 범행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 의심했던 40대 모텔 업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6일 YTN에 따르면 경찰은 모텔 업주 조모씨(40대)가 살인 피의자인 주차 관리인 김모씨(30대)에게 살인을 지시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조씨 휴대전화에서 발견하고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 세 달 전인 지난 8월 촬영된 영상에는 건물 옥상과 피해자 사무실 위치 등을 설명하며 살해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린 정황이 포함됐다.
경찰은 또 범행 직후 김 씨가 모텔 곳곳에 묻힌 혈흔을 조 씨가 닦아 없애는 장면이 포착된 폐쇄회로(CCTV)도 추가로 확보했다. 당초 조씨는 "김씨가 코피를 흘린 줄 알았다"라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혈흔의 양이 많아 코피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앞서 경찰은 조씨가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기각됐었다.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조씨의 지시와 도움을 받아 지난달 12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건물주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피해자 소유 건물 인근의 모텔 주인으로, 피해자로부터 건물 주차장을 임차해 운영 중이었다. 김씨는 해당 모텔의 관리인 및 주차관리원으로 일해왔다.
조씨는 최근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조합장을 하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반대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와 피해자는 주차장 임대료 문제로 소송전도 벌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장애인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다. 피해자를 죽여야 우리가 산다"라는 조씨의 꼬드김에 넘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의 신병을 확보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