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1조3항 비행금지구역 효력정지

군 무인항공기 MDL 정찰 재개될듯

신원식 국방 “군사적 조치 치밀 준비”

南의 남북합의 이행중단 선언은 처음...北은 수차례 파기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장면이다. 통신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南의 남북합의 이행중단 선언은 처음...北은 수차례 파기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이 세 번째 시도한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대북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정지 조치에 나섰다. 국방부는 22일 오후 3시부터 이 조치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전날 밤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특히 앞으로도 ‘남조선 지역’을 비롯한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 강화를 위한 정찰위성을 계속 발사하겠다고 밝혀 다수의 정찰위성 확보를 통한 대남 군사적 위협을 고도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확보 시도는 한미의 선제타격수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자신들의 전술핵 타격부대의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안’을 의결했다. 영국을 국빈방문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임시국무회의 의결 뒤 곧바로 현지에서 최종 재가했다.

국방부는 임시국무회의 의결과 윤 대통령의 재가에 따라 이날 오후 구체적인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국무회의 의결 뒤 북한에 통보하는 절차로 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날 남북 군통신선이 차단된 상황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이나마 효력을 정지한 것은 남북관계 역사에서 남측이 먼저 남북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한 첫 사례다. 그동안 남측은 북한의 수 차례에 걸친 남북합의 ‘폐기’, ‘백지화’ 공식선언에도 불구하고 남북합의에 대한 폐기, 파기, 백지화, 효력정지 등의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정부가 이날 효력을 정지한 9·19 군사합의는 1조 3항 비행금지구역 설정 부분이다.

남북이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8년 체결한 군사합의에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한 데서 공중 부분부터 제외한 것이다.

9·19 군사합의 1조 3항은 고정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동부지역은 40㎞, 서부지역은 20㎞, 회전익항공기는 MDL로부터 10㎞, 그리고 무인기는 동부지역 15㎞, 서부지역 10㎞를 적용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이 때문에 한미의 항공기를 활용한 감시·정찰능력이 북한보다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남측에 불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지난 5년 간 서해 완충 수역을 향해 110여 회에 걸쳐 포 사격을 하고 수천회 이상의 해안포문 개방과 빈번한 해안포 사격훈련, 무인기 서울 침투 등을 통해 수시로 위반하는 등 9·19 군사합의 준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일부 효력정지 방침을 검토해 왔다.

윤석열 정부 내에서도 한국이 먼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나설 경우 북한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북한이 대남 군사적 위협 목적의 정찰위성 발사까지 나서자 방침을 정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당장 우리 군의 군단·사단정찰용 무인항공기(UAV)의 MDL 일대 정찰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새벽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땐 연합 정보감시정찰(ISR) 자산별 계획 변경 및 투입 준비 등 군사적 조치사항을 치밀하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안 감시초소(GP) 복구나 MDL 일대에서 군사연습에 나선다면 상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의 공조도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정 박 미 대북특별부대표와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3자 전화협의를 갖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강력 규탄하고 3국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