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부경찰서는 데이트 강간에 주로 악용되는 마약류 GHB를 사용한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마약 진단 스티커’를 활용하겠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마약범죄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즉시 GHB 포함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를 활용한 범죄예방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확보, 배부되는 스티커는 6개들이 1세트 80개로, 단 80명분에 그친다. 중부서 관내에만 동국대와 숭의여대가 있고, 거주하는 젊은 여성 직장인까지 고려한다면 진단 스티커 고작 80장을 배분한다는 것은 실제 예방효과가 미미할 수 밖에 없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스티커 개수가 많지 않아 교육을 들으러 오는 사람에게 모두 나눠줄 순 없지만, 대표적으로 몇 명에게 나눠주고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단가가 있어서 예산을 매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데, 반응이 괜찮다면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겠다”고 했다.
노란색 진단 스티커는 GHB 성분이 포함된 액체를 만나면 1분 후 푸른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한다. 평소 핸드폰 등 소지품에 붙이고 다니다 의심되는 액체를 접할 때 손가락에 액체를 묻혀 스티커에 바르면 GHB 성분 함유 유무 확인이 가능하다.
GHB는 무색 무취의 신종 마약으로 주로 물이나 술 등에 탄 형태로 악용된다. 물에 타서 마시면 10분~15분 이내 몸이 이완되고, 알콜류에 타서 마시면 효과가 증폭돼 당시 상황을 기억하기 어렵다. 심하면 의식 불명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버닝썬 사건’ 때 악용된 약물로 알려진 바 있다.
GHB가 포함된 약물을 마시면 3~4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되며, 단시간 내 소변으로 배출돼 시간이 흐른 뒤 약물 검사를 진행하면 검출될 가능성이 낮다. 피해 신고 후 검사를 해도 GHB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의심되는 약물을 접했을 때 즉시 GHB 함유 여부를 진단해 범행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동국대, 숭의여대 등 관내 대학교와 20~30대 직장인 여성 대상 성범죄 특별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진단스티커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영·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