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 우대권 부정승차, 지하철 부정승차 절반 넘어
단속 어렵지만, 시민 간 자정작용 가능해 제도 도입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이용을 막으려고 음성인식을 도입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부정승차를 적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A 씨는 지하철 부정승차를 막기위해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가 도입한 ‘건강하세요’라는 음성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개찰구에 카드를 태그하면 나오는 ‘삑삑’ 경보음을 ‘건강하세요’로 교체했다. 해당 사업 적용 대상 지하철역은 가산디지털단지역, 강남역, 고속터미널역, 광화문역, 서울역, 신도림역, 암사역 등 이용객이 많은 9개 역이다.
다른 역무원 B씨는 해당 사업을 진행한 이유와 관련해 “경로 우대 대상자가 아닌 타인이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라며 “실제로 해당 음성이 들리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를 이용한 지하철 부정승차 사례는 총 3만537건으로 전체 부정승차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를 부정 사용한 사례를 잡기 위해선 현장에서 즉시 적발해야하므로 탑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서울교통공사는 경로 우대권 악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왔다. 경로 우대권을 사용하는 경우 ‘삑’ 소리가 나는 일반 승차권과 다르게 청소년 교통카드처럼 ‘삑삑’ 두 번 소리가 나게하기도 했다. 또 개찰구에서 나는 소리와 발광다이오드(LED) 색깔로 승차권을 구별하도록 했다. 경로우대권을 찍으면 빨간색, 장애인우대권은 노란색, 유공자 권은 빨간·파판색(1~4호선) 및 보라색(5~8호선)으로 표시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에 도입된 음성 송출 방식은 주변 탑승객이 카드 부정 사용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 간의 자정작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오는 9월 14일까지 해당 음성 송출 사업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시범 운용 기간 부정 승차 저감효과, 시민들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정책 실효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시범사업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입증되면 지하철 전역사로 음성 단속을 넓힐 계획”이라며 “이외에도 실물카드 대신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는 등 부정승차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