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때 아닌 '소금난'에 마트가 북적입니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소금'이 동나고 온라인 쇼핑몰에선 가격 폭등까지 벌어집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여러 우려와 추측들이 덧씌워지면서 시장 불안감을 자극한 것이죠. 김장철도 아닌데 천일염 주문이 이렇게 쏟아진 일도 이례적입니다. 여기, 증권가에도 소금을 찾는 주문들이 잇따릅니다. 천일염 품귀현상에 '몸값'이 높아진 이른바 '소금주'입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송홀딩스 주가는 이달 들어 무려 66%나 뛰었습니다. 8000원 초반이었던 주가는 지난 15일 1만489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신송홀딩스의 100% 자회사 신송식품이 신안바다 갯벌에서 만든 천일염을 판매하면서 주목받은 겁니다
'소금' 몸값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국 천일염의 85%를 취급하는 신안군 수협 직매장은 지난 8일 ‘신안천일염 2021년산 20㎏’ 가격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20% 인상한다고 알렸습니다. 신안군수협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마저도 '품절'이네요. "현재 재고가 부족하여 구매할 수 없습니다"고 안내해도 상품 문의 게시판엔 "언제쯤 살 수 있을까요?" 등 문의가 잇따릅니다.
죽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인산가 역시 '짭잘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최근 1년간 1900원대 안팎을 오가던 주가는 지난 16일 장중 4935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달 들어 무려 87.5%나 올랐네요. 인산가 주가가 3000원대를 회복한 시점은 무려 5년 전인 2018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꽃소금과 굵은소금 등 천일염을 판매하는 샘표 역시 5만5000원대를 머물다가 지난 16일 장중 9만21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동학개미들은 인산가 주식을 쓸어담았습니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개인들은 9억원 가까이 순매수했습니다. 이달 2일부터 14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달렸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억6300만원, 1억5000만원을 팔아치웠고요. 이달 들어 개인들은 신송홀딩스와 샘표 역시 각각 12억3800만원, 5억200만원을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돈 버는 사람은 또 따로 있더군요. 5년여 만에 주가가 급등하자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속속 전환청구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죠. 인산가 투자자들은 이달 9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처음으로 행사했습니다. CB의 전환가액은 1808원인데 최근 주가가 3000원을 훌쩍 넘긴 만큼, 차익 실현의 길이 열린 셈이죠.
이에 인산가는 오는 20일부터 7월 3일까지 전환사채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해 받은 신주 286만5020주(51억8000만원)를 순차적으로 상장할 예정입니다. 새로 상장되는 주식은 현재 상장주식(3277만517주)의 8.7%에 달하는 물량인데요, 업계에선 바로 매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기까지 기다렸다가 이자를 받는 것보다 주식으로 전환해 주식 매도 차익을 얻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6일 인산가 주가는 전날 대비 14% 내리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염수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투자할 때 기업의 기초체력을 점검하고 잠재된 리스크를 점검하는 것 언제나 중요한 일입니다. 천일염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실제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데도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거든요. 여러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근 몇 년간 발행했던 CB 역시 오버행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감이 해소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죠. 주가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