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불닭볶음면 그 삼양 아닙니다” 100살 앞둔 ‘장수 기업’ 아시나요 [그 회사 어때?]
스페셜티 분야에서 성과 잇달아
내년 100주년 맞아 디지털 전환 속도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투자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삼양사의 숙취해소제 ‘상쾌환’. [삼양사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불닭볶음면 만드는 회사 아니야?”

‘삼양’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회사가 바로 ‘삼양식품’이기 때문입니다.

불닭볶음면 인기 때문에 억울(?)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소재 사업을 하는 ‘삼양그룹’입니다. 헷갈릴 수 있지만 삼양그룹과 삼양식품은 엄연히 다른 회사입니다. 삼양그룹 계열사에 삼양식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걸 아는지 삼양그룹은 홈페이지에 “라면 만드는 회사가 아닌! 불닭 만드는 회사가 아닌!”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혼란을 겪는 건 우리나라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삼양그룹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젠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해외 고객사들도 삼양을 들으면 ‘불닭볶음면 파는 그 회사’라고 말해 곤혹스럽다”고 말합니다.

삼양그룹은 홈페이지에 ‘라면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양그룹 홈페이지 캡처]
라면 아닌 화학소재·숙취해소제 만든다
삼양사의 폴리카보네이트(왼쪽)와 큐원 설탕. [삼양사 제공]

삼양그룹은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을 맞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은 두산그룹과 신한은행, 동화약품, 우리은행, 몽고식품 등 14개에 불과합니다.

삼양그룹은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가 사업회사인 삼양사를 비롯해 14개의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삼양홀딩스는 핵심계열사인 삼양사 지분 61.8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에서 삼양그룹은 삼양식품을 압도합니다. 삼양사의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은 2조6524억원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 9090억원을 기록한 삼양식품보다 3배 가까이 많습니다.

오랜 역사와 높은 매출을 기록함에도 삼양그룹은 사업 특성 때문에 인지도가 낮습니다. 삼양은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이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인 화학 분야에서 발생합니다. 화학 사업의 주요 제품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터치패널용 소재 등입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은 제품이죠.

삼양그룹이 B2B 사업만 하는 건 아닙니다. 라면, 과자를 생산하는 삼양식품과 영역이 다를 뿐 식품 사업도 전개합니다. 마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품 브랜드 ‘큐원’, 아이돌인 혜리가 광고했던 숙취해소제 ‘상쾌환’ 모두 삼양 제품입니다. 2013년에 출시된 상쾌환은 출시 9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5000만포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불닭볶음면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건 사실입니다.

스페셜티 사업 승승장구
삼양이노켐 이소소르비드 공장 전경. [삼양그룹 제공]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삼양그룹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거두고 있습니다. 삼양사 화학 사업은 지난해 재생 폴리카보네이트(PCR PC) 원료가 9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폴리카보네이트(PC)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건축용 소재, 노트북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식품 사업에서는 2016년에 개발된 스페셜티 식품 ‘알룰로스’가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들어 있는 단맛 성분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제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삼양이노켐은 지난해 11월 전북 군산에 국내 최초로 ‘이소소르비드’ 생산공장을 준공했습니다. 이소소브리드는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화이트바이오 소재입니다.

삼양의 성장에는 오너가의 조용한 리더십이 한몫 했습니다. 일부 재벌가들과 달리 삼양 오너가들은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습니다. 사업의 큰 방향을 짤 때 오너가들이 참여하지만, 대부분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습니다, 오너 3세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직에 사임한 이후, 현재까지 회장 직함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하고 바이오 사업 육성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삼양그룹 제공]

삼양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이 대표적입니다. 김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없이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마인드 등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사업부는 실시간 채팅 서비스 제공 등을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첨단산업용 소재, 친환경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 역량 키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국내 산업용 수처리 전문기업인 한성크린텍과 손잡고 반도체 산업 필수재인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사업인 바이오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은 혁신 신약 연구개발(R&D),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삼양바이오팜USA는 신약 후보물질 연구를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 생산·개발 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항암주사제 공장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김윤 회장은 “올해는 지난 100년의 역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100주년을 앞두고 삼양만의 색깔로 고객들에게 강인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eongda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