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천안공장 르포
적층 기술력·소재 경쟁력 앞세워 급성장
이달 유럽 법인 공식 첫발
2030년 글로벌 점유율 10% 목표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천안)=김은희 기자]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물량이 넘쳐 바쁠 때는 없었어요. 힘들기보단 기쁘죠. 전기차 시대가 오면 더 바빠지지 않겠어요. 쏟아지는 주문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내는 게 저희 몫이죠.”
지난 19일 찾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천안공장. 구동모터코아 후공정을 진행 중인 조립동 한켠에는 마그넷 삽입·고정까지 마무리한 회전자 본체 수백개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샤프트(축) 조립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쌓여있는 회전자를 모두 제품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곳 천안공장은 매일 약 2700개씩 연간 1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꽉 채워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문량이 늘면서 설비를 365일 24시간 쉴 새 없이 돌려야 고객사에 구동모터코아를 제때 납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명구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천안공장 제조2섹션 팀장은 귀띔했다. 이미 2030년 생산분까지 ‘완판’된 상황이라니 그럴 만했다.
구동모터코아는 전기차의 엔진 격인 구동모터를 구성하는 핵심부품으로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고정자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회전자가 돌아가면서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바퀴를 굴리는, 말하자면 전기차의 심장인 셈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00% 자회사인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을 통해 구동모터코아를 생산하고 있다. 종합사업회사로 변모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 친환경에너지, 이차전지 소재와 함께 구동모터코아를 핵심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포항과 천안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날 천안공장에선 총 6종의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용 구동모터코아를 제작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스코에서 조달한 얇은 전기강판을 원하는 폭과 모양으로 자르는 것부터 공정은 시작된다. 프레스 기기로 강판을 자른 뒤 전기차 기준 600장, 많으면 800장을 한 장 한 장 쌓아 이어붙이면 회전자와 고정자 본체는 완성이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머리카락만큼 얇은 전기강판을 어떻게 적층하느냐가 모터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자체 금형연구소가 있는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엠프리(엠보싱 프리) 본딩 적층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강판에 홈을 파 맞물리게 결합하는 기존 엠보싱 기법 대신 강판에 미량의 접착제를 도포해 붙임으로써 전기적 손실을 줄이고 모터 효율을 극대화했다. 소음·진동·충격(NVH)도 줄었다. 실제 낱장 강판을 붙여 만든 회전자 본체를 만져보니 처음부터 하나의 덩어리였던 것처럼 들뜸 없이 단단했다.
완성된 고정자는 그대로 납품하면 되지만 회전자는 한 단계가 더 남아 있다. 바로 조립이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고객사 요구에 따라 자석 몰딩, 샤프트 조립 등을 거친 모듈 형태로 코아를 공급하고 있다. 먼저 회전자에 자석을 넣은 뒤 에폭시 몰딩을 통해 이를 고정하고 샤프트와 상·하부 플레이트, 베어링 등의 부품을 조립하면 된다. 축을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플레이트에 홈을 내는 작업 등도 함께 진행된다.
모든 조립은 자동화돼 있지만 자석의 개수부터 너트 풀림방지를 위한 코킹이 제대로 돼 있는지까지 중요한 부분은 작업자가 맨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모두 품질관리를 위한 것이다. 조립에 앞서 회전자 본체에 QR코드를 새겨 넣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혹시 불량이 발생하더라도 언제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이력을 추적·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렇게 제작된 구동모터코아는 현대차 ‘아이오닉5’, ‘코나’, 기아차 ‘EV6’ 등 전기차는 물론 현대차 ‘투싼’, 기아차 ‘쏘렌토’, ‘니로’ 등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된다. 아우디 ‘A3’나 폭스바겐 ‘E-골프’ 등 해외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특허기술과 포스코를 통한 안정적인 전기강판 조달 능력을 앞세워 친환경 전기차 시장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와 협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글로벌 자동차사와 이미 거래하고 있는데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서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특히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대한 초도 물량을 따낼 경우 장기적으로 수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협의가 중요하다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보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2025~2034년 양산할 차세대 최고급 플래그십 전기차 250만대의 구동모터코아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확정한 물량까지 더하면 10년간 무려 685만대 규모다. 북미, 유럽에서도 여러 수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추가 증축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윤태현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코아사업실장은 “자체 금형기술연구소 운영으로 현재 보유한 기술특허만 70건 이상으로 품질 개선에 대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게 경쟁사와 비교되는 우리의 강점”이라며 “소재 확보 측면에서도 일반보다 전기적 손실이 최소화된 고효율 전기강판을 포스코로부터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진행한 기업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7년까지 연간 약 400만대에 달하는 구동모터코아 수주물량을 이미 확보했다. 견적요청(RFQ), 정보요청(RFI) 등을 통해 수주 협의 중인 물량까지 더하면 2027년 기준 연간 700만대를 넘는 수준이다.
생산능력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확충된다. 일단 멕시코 150만대, 중국 100만대 등 250만대 규모의 신규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다. 유럽법인이 이달 공식적으로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연내에는 수주를 확정하고 120만대 규모의 폴란드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700만대 이상 규모의 생산판매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구동모터코아 사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전체 실적의 1%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9%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데다 고성능 전기차의 경우 모터가 2개 이상, 많게는 4개까지 장착되는 만큼 관련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는 전기차용 구동모터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7.6% 성장해 2034년에는 1억4000만개 이상의 전기차용 모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실장은 “기존 확보한 물량 외 신규로 북미 여러 완성차 업체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동모터코아 수주 활동도 하고 있다.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현대차 수주로 증가된 국내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하반기 추가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