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前 총리 전격 체포에…곳곳서 ‘항의’ 유혈시위 격화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임란 칸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된 가운데 파키스탄 전역에서 이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군경과 시위대가 충돌하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정국이 혼돈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파키스탄 주요 도시를 포함해 사실상 전역에서 칸 전 총리를 지지하는 군중들이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으며 시위가 폭력시위로 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루치스탄주의 수도인 퀘타에서는 시위대와 군대가 충돌하면서 최소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치와 페샤와르, 라호르 등에서도 유사한 폭력시위가 잇따라 발생해 15명이 다쳤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라호르에서는 칸 전 총리 지지자 약 4000명이 지역 군사령관의 관저를 습격했고, 칸 전 총리가 이송된 군사도시 라왈핀디에서는 육군본부의 정문이 공격받기도 했다.

시위대는 곳곳에서 경찰차를 불태웠고 주요 도로를 점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은 시위대에 맞서 최루탄까지 꺼내들며 대응 중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폭력사태가 심각해지자 파키스탄 정부는 수도인 이슬라마바다를 비롯한 주요도시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서비스 등 통신망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들은 10일 휴교할 것으로 알려졌다.

칸 전 총리는 이날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 청사 밖에서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책임국(NAB) 관련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정부는 뇌물 수수 관련 혐의라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정권을 이끈 칸 전 총리는 외국 관리에게서 받은 고가 선물 은닉·부당 이득 취득 등 여러 건의 부패 혐의를 받아왔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관련 혐의를 인정하며 칸 전 총리에 대해 5년간 공직 박탈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국은 이날 칸 전 총리의 여러 혐의 가운데 대학 설립 프로젝트 관련 부정 축재 혐의를 적용해 체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칸 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다가 지난해 4월 의회 불신임으로 퇴출당했다. 이후 칸 전 총리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이끌고 대규모 시위를 벌여왔다.

또한 칸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유세 도중 괴한의 총격으로 다리를 다치자 현 정부와 군부가 암살을 시도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