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노선으로의 회귀’ 김종철…그의 과제는

벌어지는 민주당과의 격차·진보정당 경쟁 과열

심상정·故 노회찬 황금기 재구현 가능할까

김종철 “전국민 고용·소득보험제 해야”…·지지층 확장 과제 (상보)
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왼쪽)와 심상정 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5·6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포옹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이어 ‘전국민 고용 및 소득보험’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제시했다. 노회찬·심상정의 1세대에 이어 진보정당 2세대로의 본격 새출발을 알리며 ‘진보 의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당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진보경쟁’을 하는 소수정당으로서 숙제가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12일 라디오에서 “실업·고용보험을 통한 구직급여는 사각지대가 많을 뿐 아니라 자영업자는 아예 보호가 안 된다”며 “프리랜서나 플랫폼노동자들도 보호가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분들까지 전체적으로 다 포함해 고용 및 소득보험에 가입시켜 보호하고 사실상 전국민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민고용·소득보험제’ 법이 꼭 실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 취임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언급하며 “다른 모든 것에 앞서 한 가지를 부탁드린다. 정의당이 국회에 제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함께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정의당 신임 대표로 당선됐다. 이변이라는 평가 속에 정의당이 본래 가지고 있던 ‘진보 전선’의 강화라는 평가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장혜영·류호정 의원 등이 정의당에 불러일으킨 새로운 바람과 의제와는 어떤 관계를 맺어갈 지도 주목거리로 꼽힌다.

엄경영 시대연구소 소장은 “정의당 지지층과 핵심 당원을 중심으로 고려해보면 김 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예측되긴 했었다”면서도 “김 대표는 정의당의 기존 지지층인 4050 연령대의 의제를 더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탈이념, 탈진영 경향을 보이는 2030 지지층 확장이 그의 숙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의당이 놓인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민주당과의 의석수·지지율 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질 뿐 아니라 기본소득·시대전환당 등 원내에 진입한 소수 정당들이 모두 지지율 1%를 넘기는 상황에서 진보정당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의 ‘차별화’는 더 어려운 문제다. 민주당의 대표적 대권 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기본주택’ 등 진보 의제를 내놓는 와중에 정의당이 얼마나 경쟁력 있게 대중에 다가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엄 소장은 “민주당은 진보 의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진보층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정의당이 정치적 상상력에 의존하지 않고 그런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정의당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대중에게 다가갈 콘텐츠가 명확히 있어야 하는데 그간 정의당에겐 그런 게 부족했던 것”이라며 “김 대표는 그 콘텐츠를 재밌고 쉽고 간결하게 대중 깊숙히 전달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약점은 기본소득 등을 제시하면서도 재원마련 문제와 그 부작용에 대해 명확히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 대표는 후보때부터 증세 등에 관한 논리를 펼쳐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