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판매총량 제한
유언대용 신탁 부상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수수료를 받고 고객의 자산을 대신 관리·운용해주는 은행의 신탁 규모가 지난달 3년 3개월래 최대폭 감소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당국이 주가연계신탁(ELF) 판매 총량 규제를 나선 데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ELT 조기 상환이 막히면서 은행들도 ELT 판매를 중단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은행의 ‘2020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은행 금전신탁 규모는 지난달 전월대비 13조9879억원 감소, 2017년 3월(-14조1656억원) 이후 가장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ELT 등 특정금전신탁(이하 특금)은 15조6591억원이 축소, 지난 2018년 12월(-20조8194억원)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6월에는 법인들의 분기말 수요에 따라 MMT(수시입출식 특금) 감소가 주된 영향을 미쳤고, 은행들의 ELT 판매 제한 등도 동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당국은 은행 ELT 판매를 지난해 11월 잔액 기준(약 40조원)으로 제한한 상태다. 국내 은행들은 ELT 판매가 막히자 유언대용신탁 시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하나·우리 등 3개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 5월 현재 1조3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말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말 은행 등 국내 전체 신탁사 60곳의 수탁액은 968조6000억원으로 1년새 95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 2분기 중엔 100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탁업 점유율은 은행(49.6%), 증권사(24.5%), 부동산신탁사(23.8%), 보험사(2.1%) 순이었다. 재산 유형별 수탁액은 특금이 467조3000억원(46.4%)으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285조8000억원, 29.5%), 금전채권(194조3000억원, 20.1%) 순이다.
작년 한 해 동안 금융사가 받은 신탁 보수는 2조32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14억원(6.5%) 늘었다. 신탁은 그게 돈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부동산·증권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