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한국 후보 낙선 목표로 나이지리아 후보 밀 듯
[헤럴드경제=뉴스24팀]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한 8개국의 후보가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게 된 가운데 일본 정부와 언론이 유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작년 7월 일본 측의 한국을 겨냥한 수출규제 조치 발동으로 WTO에서 이 문제를 놓고 양국이 격돌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 본부장이 WTO 수장을 맡을 경우 일본 측에 불리해질 질 수 있다고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10일 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에 한국 등 8개국 후보가 나섰지만 “유력한 후보가 없어 혼전이 예상된다”며 “유 후보가 당선하면 일본에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 이유로 작년 3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를 이끌어온 유 후보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WTO 제소를 주도한 점을 들었다.
이어 “만일 유 후보가 사무총장이 되고 WTO에서 한일 분쟁이 본격화하면 ‘일본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번 WTO 사무총장 선출에선 ‘아프리카 출신’과 ‘여성’이 키워드로 떠올랐다면서 8명의 후보 가운데는 나이지리아 재무·외무장관과 세계은행 전무 등을 지낸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다며 가장 주목할 후보로 꼽았다.
다만 케냐 문화부 장관 출신으로 여성인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이 막판에 후보 대열에 합류해 혼전 양상이 강해졌다고 평가하면서 유 후보에 대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선거에서 일본 정부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힘을 합쳐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은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미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 문제로 대립하는 한국의 유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한일 간의 현안은 WTO 사무총장 선거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각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지지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WTO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일본의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각료 경험이 없는 유 후보가 8명의 후보 중 ‘수수한(두드러지지 않는) 존재’이고 주요국의 이해를 조정하는 능력 면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있다”고 유 후보를 깎아내렸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주요 각료 경험자 중에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일본은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에 일찌감치 자국 후보를 내는 것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WTO 사무총장 후보들은 오는 15∼17일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 공식 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하고 회원국의 질문을 받은 후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 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선출 과정이 진행된다.
최종 선출까지는 통상 6개월 걸리지만,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